기고
홈플러스 기업회생 100일, 노동자의 외침
지난 3월 4일, MBK는 노동조합과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2월 28일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단 사흘 만에 기업회생 서류를 준비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불과 11시간 만에 회생 절차를 개시하고 MBK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연 대표를 공동관리인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급작스러운 회생 절차는 홈플러스를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현장에서는 직원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매장 진열대는 텅 비었고,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물류센터의 물건을 가져와 반값 할인 행사를 열다 보니 고객들은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 줄 오해합니다.” 일부 납품업체는 공급을 중단했고, 27개 점포는 계약 해지, 9개 점포는 폐점 예정이다. 직원들은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지낸다. 홈플러스의 폐점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MBK는 ‘고용안정지원제도’를 통해 고용 보장을 약속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퇴사를 희망하는 직원에게 일시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고용을 유지하기보다는 인력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MBK는 홈플러스를 의도적으로 ‘망해가는 기업’으로 낙인찍으며 직원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으며 퇴직금 적립에 대한 우려로 자진 퇴사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대화 요구에도 MBK는 100일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MBK의 침묵과 노동자의 저항
노동조합은 홈플러스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3월 18일 대의원대회, 4월 14일 천막농성과 홈플러스 지부장의 삭발투쟁, 5월 1일 5000명 시민이 참여한 국민대회, 19일간의 단식 투쟁, 그리고 10만명의 서명 운동까지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비조합원이었던 동료들이 노동조합의 진정성을 보고 함께하겠다며 가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마트노조는 지난 10년간 MBK의 매각 시도에 맞서 싸워왔으며 이번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정치권도 연대에 나섰다. 김현정 의원은 사모펀드의차입매수(LBO) 규제 법안을 발의했고, 민병덕, 신장식, 정혜경 의원은 MBK 청문회 결의안을 제출했다.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사모펀드의 탐욕에 맞서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지키는 사회적 투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지속 가능한 회생을 위해 MBK 김병주 회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조속히 청문회를 열어 MBK의 비윤리적 행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는 점포 폐점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 지역상권 붕괴를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홈플러스의 지속가능한 회생계획서 작성을 위해 빠른시간에 사회적협의 테이블을 마련하여야 한다. 홈플러스 노동자, 입점업주 대표, MBK,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부가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즉각 구성해 홈플러스를 살리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간곡히 바란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
10만 명의 홈플러스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시민의 힘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지키자.투기자본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통해 대한민국의 건실한 기업을 보호하자. 홈플러스가 지속가능하게 회생될때까지 우리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