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첫 그린북 “경기하방 압력 증가→하방압력 여전”

2025-06-13 13:00:16 게재

기재부 6월 그린북 … ‘보수적 진단’ 지적도

KDI는 경제동향에서 “경기전반, 미약한 상황”

기획재정부가 6월 최근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의 경기하방 압력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정부 첫 공식 경제 진단이지만 그동안 경기진단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11월까지 13개월 연속 ‘경기 회복세’ 단어를 사용해 ‘안이한 경기진단’이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발표한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하방 위험 증가’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올해 1~5월호에서는 ‘경기 하방 압력 증가’로 문구가 조정됐다.

장기 불황에 대출로 버틴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의 금융권 대출액이 90조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내수회복 지연에 수출 둔화까지 = 기재부는 지난 5개월간 사용하던 ‘경기하방 압력 증가’를 이번엔 ‘경기하방 압력 여전’으로 바꾼 것이다. 그럼에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진단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으로 고용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미국 과세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둔화 등 경기 하방압력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게 경제에 대해서는 “주요국 관세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금융 변동성이 지속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향후 정책대응 키워드로는 추경과 통상대응을 지목했다. 기재부는 “경기회복과 소비활성화,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추경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지원 등 통상리스크 대응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5월 수출액은 572억7000달러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3% 감소했다. 특히 관세 영향 등으로 대미·대중 수출은 각 8.0%가 줄었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산업활동동향 3대 지표 역시 불확실한 대내외여건 탓에 매달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4월에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며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부진과 더불어 내수 흐름도 위축된 모습이다.

고용에 대한 우려도 계속됐다. 지난 1월 ‘고용 둔화’로 표현한 데 이어 2월부터는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5월 고용률이 70%를 넘기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건설업은 13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를 기록했다.

◆좀 더 비판적인 KDI 경기진단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은 좀 더 비판적이다. KDI는 지난 10일 ‘6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인상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며 ‘경기 부진 지속’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KDI는 약 2년 만에 경기 둔화를 공식 언급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0.8%로 하향 조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 미약’이라는 이례적 표현을 쓴 데 대해 “경기가 지난달보다 더 나빠지진 않았지만, 경제 활력이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망의 배경은 건설투자의 큰 폭 감소가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고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급감하는 등 관세 인상 영향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4월 건설기성은 1년 전보다 20.5% 줄면서 12개월 연속 내리막을 이어 갔다. 건축과 토목도 각각 23.0%, 12.6% 크게 줄었다. 다만 기업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건설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지난 5월 47에서 6월 51로 상승했다.

관세 인상 후폭풍이 본격화하면서 5월 수출은 1.3% 줄었다. 하루 평균 수출도 1.0% 증가에 그쳤다. 미국(-8.1%)과 중국(-8.4%), 중남미(-11.6%) 등 관세 부과 대상국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관세율이 대폭 오른 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32.0% 내려앉았다.

내수 부진도 여전했다. 지난 4월 소매 판매는 0.1% 감소했다. 다만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기준 101.8로 기준선(100)을 회복하며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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