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격화 속 이란의 ‘지하 핵 심장’ 포르도 주목

2025-06-16 13:00:13 게재

지하 500m 숨은 핵시설

더 깊은 핵시설도 건설중

이스라엘과 이란 간 미사일 공격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란의 핵심 지하 농축시설인 ‘포르도(Fordow)’가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시설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이슬람 성지 곰(Qom) 인근의 산 아래, 지표면으로부터 500m 깊이에 건설된 핵 농축 시설로, 이란 핵프로그램의 상징이자 마지막 방어선으로 평가된다.

포르도는 단단한 암반 아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어 이스라엘이 보유한 공습 무기로는 타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조차 이를 관통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이 시설은 이란의 전략적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은 최근 이 시설이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중부 도시 나탄즈(Natanz)에 위치한 상층부 핵시설에는 타격을 가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유엔 안보리에서 밝혔다.

포르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 깊이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국제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 따르면, 이곳은 고농축 우라늄 408kg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단 3주 만에 핵무기 9기 분량의 무기급 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첫 25kg은 이틀 만에 확보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스라엘의 핵공격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포르도는 이란의 ‘핵폭탄 돌파구’(nuclear breakout) 시나리오의 핵심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이란은 과거 핵시설이 타격받을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IAEA와의 협력 중단을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전문가 대니 시트리노위츠는 “미국의 지원 없이 포르도를 타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곳은 가장 어렵고, 가장 마지막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포르도 타격 작전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해당 시설의 깊이와 방호 구조를 고려할 때 자국 무기만으로는 파괴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미국의 벙커버스터와 대형 폭격기 지원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은 작전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미 이스라엘대사 야히엘 레이터는 “이번 작전은 반드시 포르도 제거로 완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우려는 이란이 최근 포르도보다 더 깊고 넓은 또 다른 지하 핵시설을 나탄즈 남쪽의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에 건설 중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입구가 최소 4개로 파악되며, 포르도보다 더 많은 공간과 강화된 방어 구조를 갖추고 있어 국제사회의 접근이 더욱 어려운 상태다.

이스라엘의 연쇄적인 공습 속에서, 이란의 이러한 지하 시설들이 향후 핵무기 제조의 실제 거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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