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국회, 동시 ‘사회적 대화’ 추진
경사노위·국회 주도 ‘대화 경쟁’ 예고
“정부주도, 대타협 목표 합의 지상주의”
행정부와 국회에서 각각 작동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동시에 가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법적 토대를 갖추고 있지만 현재는 ‘휴면’ 상태다. 여기에 입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기구가 시도된다. 경사노위가 ‘합의’를 중시하는 데 반해 국회발 사회적 대화기구는 ‘숙고’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는 큰 특징을 갖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 기구에 법률적 지위를 부여한 건 1999년 ‘3기 노사정위’로 상설 대통령 자문 사회적 대화 기구였다. 이는 2007년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로 탈바꿈했고 2018년부터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등 보수진영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엔 정부주도 사회적 대화기구가 ‘노동 유연화’ 등 친기업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활용되면서 노동계의 이탈을 빚어냈고 반노동정책을 쏟아낸 윤석열정부에서는 아예 가동조차 못했다. 현재는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기구 출발점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비제도적 기구’였다. 김영삼정부 후반기인 1996년에 대통령 자문기구로 시작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첫 종을 울렸다.
IMF이후 김대중정부 들어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여야정당, 양대 노총, 한국경총, 대한 상의, 공익전문가 대표 등으로 구성된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대통령령에 근거를 두고 만든 노사정위 2기(1998년)로 이어졌다. 2004년 노무현정부때는 ‘3차 노사정위’에서 이탈한 민주노총이 포함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만들어졌다. 2006년 9월까지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정부주도의 노사정위가 존재했는데도 사실상의 대표적 사회적 대화기구로서의 성격을 띠고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오랜 ‘성과 공백기’를 거친 후 문재인정부때인 2018년에 일시적으로 재가동되기도 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주도 사회적 대화기구는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의미가 부여되면서 합의, 나아가 대타협을 목표로 삼는 합의 지상주의의 폐단에 시달렸다”며 “대통령 철학 의지에 따라 위상, 성격, 활력 면에서 큰 편차가 나타났다”고 했다. “행정부 권력을 가진 정권의 성향에 따라 부침이 많아 위기가 누적되는 현재의 시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비제도적인 사회적 대화의 경우엔 모두 민주노총이 참여해 포용적 사회적 대화를 향한 지향성을 보여주고 참여주체와 의제의 다양성과 유연함을 보여줬다”면서도 “비제도적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합의 혹은 대화의 성과물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 면에서의 취약성이 내재적 한계를 보여줬다”고 했다.
국회에서 시도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는 제도적, 비제도적 기구의 한계를 극복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 교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 행정부에 소속된 경사노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 플랫폼을 모색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경사노위의 경직적인 관료적 거버넌스에서 벗어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노동 및 경제사회의 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보다 유연한 환경과 조건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사회적 대화를 시작한다면 그동안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의 참여를 이끌어내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 합의를 강요하는 논의가 아닌 문제의식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의 사회적 대화는 과거 정권교체에 따라 그 기조와 내용이 변화되어 안정적 대화를 유지하기 어려웠다”며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사회적 대화에 반영되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회를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으로 만들자”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