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회계법인 공동으로 ‘감사품질관리’ 추진

2025-06-17 13:00:01 게재

소규모 회계법인 감사품질 향상 목표

품질 높이면서 비용 부담 완화 효과

해외에서 법적으로 허용, 실무 활용

중소회계법인들이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동으로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회계법인들은 소속 회계사 중에서 품질관리 담당을 정해 업무를 수행하거나 별도의 품질관리실을 운영하면서 감사실패 방지 등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회계법인들과 달리 소규모 회계법인들은 품질관리 유지·향상에 일정 비용 이상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소회계법인들은 자체 품질관리 기능 제고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공동으로 품질관리 기능을 수행할 제3의 기관을 설립함으로써 품질을 높이면서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소회계법인협의회(회장 조남석) 주관으로 ‘공동품질관리 제도 조사연구’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신일항 가천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중소회계법인 공동품질관리 제도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 요청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신 교수와 김기영 명지대 교수, 이한솔 강원대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에서 시행 = 신 교수는 “감사인등록제에 의해 품질관리기능이 내제화돼 있는 등록법인과 달리, 일반회계법인은 규모의 경제 미달성 등으로 품질관리기능의 내재화 및 효과적 운영이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부감사법에 근거한 품질관리 기준서에서 적격한 외부인을 활용한 공동품질관리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사례 연구 결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서는 외부인(Service Provider)을 활용한 품질관리가 법적 제도적으로 허용돼 있으며, 실무적으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회계 관련 품질관리시스템 구축·운영에 관한 국제 기준(ISQM)은 품질관리의 ‘적격한 외부인’에 대해 ‘업무수행 이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적격성과 역량을 갖춘 해당 회계법인 외부의 개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신 교수는 “ISQM은 자원을 인적 자원뿐만 아니라 기술적, 지적 자원 및 서비스 제공업체로 확장하며, 회계법인이 필요에 따라 네트워크 서비스나 외부제공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실무상 해당 산업에 경험이 있는 회계법인을 선택하거나, 또는 AICPA Peer Reviewer(미국 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공인회계사 감사 품질 평가 프로그램)로 등록된 전문가의 경력을 보고 품질관리를 맡긴다.

일본은 실무적으로 비상장법인 감사에 해당하는 중소 규모 법인 또는 공인회계사수가 10명 이하인 중소 규모 법인 등 소규모 감사 사무소, 개인 사무소 등이 위탁 심사를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품질관리와 관련한 외부인 활용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퇴직한 파트너 출신의 컨설턴트, IT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제기준으로는 가능, 국내 법에서는 제한 =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인회계사법 34조에 ‘감사업무 집행과 관련해 동법상 회계법인은 그 이사외의 자로 하여금 회계에 관한 감사 또는 증명에 관한 업무를 행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중소회계법인의 품질관리 노력을 어렵게 만드는 이러한 법률적 제한이 해소돼야 해외 주요 국가들처럼 소규모 회계법인들의 품질관리 향상을 위한 노력에 유연성이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도경찬 회계사(신성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는 “일반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등록회계법인에 비해 소규모 인원과 상대적으로 낮은 감사보수로 인해 자체적으로 품질관리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이번 조사연구가 주요 국가에서 실제 시행되고 있는 공동품질관리 제도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중소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법 34조가 법적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품질관리 업무가 ‘회계에 관한 감사 또는 증명’과는 차이가 있고, 현재도 감사인이 아닌 감사업무 보조자들이 일부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현행 법제도 하에서도 해석에 따라 실행 가능성이 있다.

권혁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감리부회장은 “중소회계법인협의회가 추진 중인 공동품질관리에 한국공인회계사회도 지원을 하고 있다”며 “법개정을 통해 추진할지, 현행 법제도 하에서도 실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