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이 중심인 대한민국, 협의요청권 도입에서 시작해야
16일 이재명정부의 5년 임기 로드맵을 설계할 국정기획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국정과제 선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데 대선 기간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중소기업 공약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의 바탕에는 ‘공정’이라는 화두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의 50%가 대기업으로부터 위탁을 받는 수급기업에 해당하고, 수급기업의 거래의존도가 79.9%에 이르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 대응하고자 중소기업계는 불공정 거래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로 납품대금 연동제, 하도급대금 조정제 등의 도입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거래 단절이 우려돼서 불리한 조건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납품단가 제값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호소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원인은 그간 도입되어온 제도들이 공급원가 상승 등의 요인에 대한 사후적 조정에 집중되어 있어 양극화 해소의 핵심인 ‘중소기업 협상력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거래상 지위 격차가 먼저 해결되어야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고 그래야 중소기업이 공정한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거래상 지위 격차가 먼저 해결되어야
중소기업의 사전적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협동조합 협의요청권 부여’이다. 협의요청권이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개별 중소기업을 대신하여 대기업 등 거래상대방과 거래조건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권리로, 도입되면 협동조합이 거래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사전적으로 거래조건을 협의하게 됨으로써, 개별 중소기업이 겪었던 거래상 열위의 구조적인 고착화가 개선될 수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협의요청권 부여는 중소기업 협상력 제고와 거래공정 확보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올해 초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이번 21대 대선공약에도 공정경제의 핵심과제로 반영되어 그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협동조합의 거래조건 협의 행위는 경성담합으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가맹점사업자들이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등의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가맹사업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상생협력법에도 수탁기업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보장하여 협의요청권을 부여한 선례가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거래 지위상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협동조합이 거래상대방과 가격 등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단체협약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불균형 성장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게 되었다”라며 “균형발전, 공정성장 전략, 공정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발전’과 ‘공정사회로의 전환’ 의지가 확고한 정부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보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협의요청권 도입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된다.
협의요청권 도입은 지금이 적기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가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정’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의 첫걸음으로 협의요청권이 도입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