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계, 거주 외국인에 눈돌려
올해 신규 발급 전년대비 36% 늘어
전체 회원 1% 안팎 … 전용카드 출시
신용카드 업계가 거주 외국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전년대비 신규 발급이 두자릿수 이상 증가하자 전용카드까지 내놨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신규 발급 시장이 제자리를 맨 도는데 반해 거주 외국인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작년보다 신규 발급은 36%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업계인 B카드사는 “전체 회원중 1%가 거주 외국인”이라며 “금융지주 계열의 카드사는 기업계보다 더 많은 회원을 유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카드사는 수신업무와 환전 등을 할 수 있는 은행과의 네트워크가 있어 거주 외국인 시장에서 기업계 카드사보다 유리하다.
◆발급 기준은 까다로워 =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신용카드 기준은 까다로운 편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외국인이 본국으로 귀국한 뒤 돌아오지 않을 경우 카드대금은 불량채권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이를 갚지 않은 채 귀국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일부 국가는 신용카드 연체 기록이 있는 경우 비자를 내주지 않거나 형사사법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265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주로 1년 이상 체류한 뒤 F-4(재외동포) F-5(영주권) 체류 자격을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인은 최근 3개월 200만원에서 이상 급여를 받고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금융거래 실적도 중요하다. 일부 카드사는 6개월간 은행계좌 평균 잔액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요구하고, 신용점수도 600점 이상이어야 한다. 심사에 시간이 소요돼 신청부터 발급까지 1~2주 걸릴 수도 있다. 사업자는 사업소득 증빙과 부동산 보유 현황 등을 제시해야 한다.
신용이 부족한 외국인은 보증금 예치형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 금액을 카드사에 보증금조로 내놓는 방식이다. 예치한 보증금이 카드 이용한도로 환산되고, 카드 해지시 반환된다. 신용카드 대금이 연체되면 보증금에서 우선 차감된다.
◆신용카드 100만원, 체크카드 50만원 사용 = 거주 외국인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월평균 100만원 선이다. 체크카드 사용액의 경우 50만원 가량 된다. C카드사 관계자는 “사용액은 전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내국인보다 연체율이 높지 않고 사용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쉽게 발급되는 체크카드 역시 사용액이 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거주 외국인의 체크카드 사용실태를 확인한 결과 5년 전보다 75% 늘어난 51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용카드사들은 외국인 전용 상품까지 내놨다. 그동안 거주 외국인들은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거나 내국인 신용카드를 이용해왔다.
신한카드는 핀테크기업 이나인페이와 협업해 최근 ‘E9페이 신한카드’를 선보였다. 주중 카드 수령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GS25 편의점 카드수령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하는 편의점을 지정하면 24시간 어느 때나 카드 수령이 가능하다. 16개국 언어를 지원하며 각종 금융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아예 외국인 전담부서까지 조직하고, 신용카드 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KB국민카드도 ‘탄탄대로 웰컴 카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대중교통과 택시 이동통신 등 결제금액 5% 할인, 외국인 선호관광지와 음식점 등에서 최대 50%까지 할인해준다.
외국인 전용카드 상품이 없는 카드사들도 신규 상품 개발을 고민중이다. 한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거주 외국인 200만명이 넘어서면서 새로운 상품개발 부서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대박이 나지는 않아도 소홀히 할 시장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