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사망사고’ 심야까지 압수수색
경찰·고용노동부, 서부발전·태안화력·한전KPS 등
김충현대책위 “사망사고에 서부발전 책임 있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재하청 노동자 고 김충현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과 노동당국이 16일 발주처와 원청, 하청업체 등을 대상으로 심야까지 압수수색을 벌였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는 약 80명을 투입해 이날 서부발전 본사와 한전KPS 본사,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사무처, 2차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작업 현장 등 5곳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했다.
앞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1차 하청업체이자 원청인 한전KPS와 김씨가 속했던 2차 하청업체 한국파워O&M 관계자를 입건했다.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이다.
경찰 등은 발주처인 서부발전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입건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직접적인 사고 원인뿐만 아니라 사망사고에 영향을 준 작업 환경의 구조적인 원인까지도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경찰은 서부발전과 한전KPS, 한국파워O&M 간 계약관계와 김충현씨 근로계약을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 문서화돼 있는 작업 가이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안화력발전소가 국가 보안시설이라 이날 압수수색은 PC 등을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현장 포렌식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압수한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도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전KPS측이 직접 작업을 지시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용노동부는 재해자 작업에 대해 서부발전과 한전KPS의 작업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2인1조 작업 여부, 끼임 방지를 위한 방호장치의 설치 여부 등 법 위반 사실을 밝히기 위한 증거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서부발전과 한전KPS가 체결한 범용 선반 기계 임대차 계약서를 공개하면서,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서부발전의 책임을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김씨 빈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계약서를 보면 ‘을(한전KPS)은 임차 공기구의 안전 관리에 주의하고, 갑(서부발전)의 지시에 따라 을의 비용으로 위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서부발전도 사망사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 현장에서 이뤄진 작업 대부분이 서부발전이 작업 오더를 내리면 한전KPS가 이를 한국파워O&M에 직접 지시하고, 이를 한전KPS가 내부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보고하는 절차를 거쳤다”면서 “관련 증거 자료들을 모아 서부발전을 고발할 예정이며, 서부발전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3년간 한전KPS에서 매년 1명씩 사망사고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태안화력사업소 김충현씨 끼임사고 사망를 비롯해 2023년 9월 신서천사업장에서 작업자가 보일러 점검 후 인근 스팀배관이 파열되면서 다발성 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2024년 10월에는 154v 덕소~마석구간 이동식 작업대에서 42호 철탑 지면에 재해자가 쓰러진 채로 발견됐으나 사망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 위반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신서천사업장 사망사고조차도 1년 9개월 동안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