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첨단기술 입혀…건강관리·여가생활

2025-06-18 13:00:02 게재

양천구 ‘똑똑한 경로당’ 30곳으로 확대

전국 지자체·해외대학 의료진 벤치마킹

“이게 걸으면서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어요. 트로트 음악이 나오니까 더 신나게 걸을 수 있어요. 놀이 겸 운동하는 거죠.”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신원경로당. 심재숙(82) 부회장이 스마트 워크(smart walk)에 올라서자 눈앞 화면에 경북 경주시 보문호 산책로 풍경이 펼쳐진다. 심 부회장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로를 달리는 시민들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이기재 구청장이 신원경로당에서 열린 스마트 경로당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머지 9개 경로당 주민들도 화상으로 구청장을 만났다. 사진 양천구 제공

산책로에 대한 설명과 함께 걸음 수와 걸은 거리, 소모 열량까지 다양한 정보도 화면에 곁들여진다. 보문호뿐 아니라 불국사나 안동 하회마을 등 배경은 물론 음악 종류까지 선택할 수 있다. 기기 조작이 어려운 경우 구에서 배치한 매니저가 돕는다.

18일 양천구에 지난 2023년부터 신월3동을 비롯해 10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경로당’이 차세대 노인복지시설 모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첨단기술에 기반해 통합 건강관리를 하고 회의와 각종 강좌가 가능한 다용도 화상 시스템을 갖춘 똑똑한 경로당을 배워가려는 전국 지자체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해외까지 입소문이 났다.

2023년 서울시 공모사업에서 선정돼 경로당 10곳에 사물인터넷 정보통신기술을 입혔다. 1층 실내만 170.49㎡로 51평이 넘는 신원경로당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용자들은 안면인식으로 회원가입을 한 뒤 사물인터넷 혈압기와 체성분 분석기로 매일같이 건강상태를 측정한다. 결과는 기록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건강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구는 이를 활용한 건강관리 방안도 검토 중이다.

1년 365일 날씨와 무관하게 걷기운동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는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기 중 하나다. 게임을 하면서 인지능력을 키울 수 있는 똑똑한 탁자에 영화표나 기차표 등 예매와 음식 음료 주문 등 체험이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도 있다. 80인치 크기 텔레비전을 통해서는 10개 경로당 연합 교육이나 노래자랑 등이 가능하다. 안마의자는 대기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다.

경로당 입구 스마트팜에서는 인삼을 키운다. 주민들이 희망하는 작물을 선택하는데 주로 인삼을 선호한다. 전문 업체에서 싹을 틔워 오고 경로당에서는 2주 가량 지난 뒤 수확한다. 심 부회장은 “운동을 같이 하는 날 40~50명씩 오는데 인삼을 상품으로 내걸면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양천형 스마트 경로당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와 올해 전북부터 경기도 시·군, 서울 자치구까지 12곳이 양천을 찾았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의료진, 오스트리아 비엔나 응용과학대학교 연구진이 도입 배경과 운영 실태 만족도 등을 살피고 갔다.

양천구는 올해 구립과 사립 각 10곳씩 20곳에 스마트 경로당을 추가할 계획이다. 올해 대수선이 예정된 곳과 규모가 90㎡인 경로당이 대상이다. 동시에 경로당 운영 업무를 자동화한다.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운영시스템에 접속하면 자산관리를 비롯해 물품 내구연한 관리, 유지보수 신청, 예산 정산과 문화프로그램 조회 등이 가능하다. 지난해 10개 스마트 경로당에서 시범운영을 했고 올해는 146곳으로 확대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초고령화·디지털 시대에 어르신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다양한 여가활동에 참여하도록 스마트 경로당을 확충한다”며 “어르신들 안전과 건강유지는 물론 풍요로운 여가생활을 위해 첨단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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