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 주도 탄소중립건축인증제 시급하다

2025-06-24 13:00:02 게재

세계적으로 건축물은 전체 탄소배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건축자재 생산과정의 내재탄소(Embodied Carbon)까지 포함한 건축물의 전과정평가(LCA) 기반의 정량적 관리와 평가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축물의 탄소중립 성능을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건축자재의 원재료 공급부터 건축물의 시공 운영 해체 단계까지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정량적 평가 및 검증 체계, 즉 인증제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건축물 운영단계의 에너지 소비량 중심의 탄소배출 평가 방식은 일정한 성과를 보여 왔지만 탄소배출의 실질적인 저감을 위해서는 건축 전 과정에 걸친 탄소 감축 기여도를 통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건축물의 생산 시공 운영 폐기 등 전 과정에 걸쳐 탄소배출량과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산출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외적으로 민간 차원의 실천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 중심의 흐름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증제도 중 하나가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중립건축인증’(Zero Carbon Building Certification, ZCB 인증)이다. 이 제도는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공공 주도의 기존 제도와 차별화된 민간이 개발·운영 중인 제도다.

‘탄소중립건축인증’ 제도 필요성 커져

특히 사전 예측과 실행 계획 수립이 가능하고, 저탄소 건축자재 및 재생에너지 적용을 통한 탄소 저감뿐 아니라 탄소흡수 포집 상쇄의 다양한 감축 수단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제도적 활용 가치가 높다. 실제로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 현장에서 저탄소 건축 기술을 적용하고자 해도 이러한 기술들이 기여한 탄소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및 제도가 부재한 실정이다. 이럴 때 민간이 중심이 돼 다양한 저탄소 건축 기술들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된다면 실무자들에게 실질적인 저탄소 건축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저탄소 건축 기술 확산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도적 정비와 기술 확산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증의 도입을 넘어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실행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실제로 민간 부문이 자율적으로 인증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ESG 전략이나 건설 프로젝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제도의 실효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정부는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초기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민간은 기술 적용과 운영 측면에서 실효성을 높이는 실행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나 개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인증제도를 채택하도록 유도한다면 지역별 맞춤형 탄소중립 건축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 체계 필요한 시점

이제는 공공 중심의 제도 운용을 넘어 민간의 창의성과 기술 다양성,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자발적 참여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중립 실현은 단일 기관이나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참여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민간 주도의 탄소중립건축인증제가 저탄소 건축 정책과 기술 발전을 견인하고 지속가능한 건축 생태계 조성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태성호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