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겨냥 ‘핀셋 부동산대책’ 나올까
유가·환율 요인에 추경까지 ‘물가’ 부담도 커져
김민석 총리 후보자 재산형성과정 해명 ‘초관심’
“감동 주지 못할 망정 부정적 여론 커지면 위험”
▶1면에서 이어짐
물가상승률만 따지면 안정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에 전년동기대비 1.8%에서 올해 1~5월엔 2.1%로 소폭 높아졌다. 다만 소비자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은 높은 편이다. 가공식품물가 상승률은 4%를 웃돌고 있고 외식가격 역시 오름세에 올라탔다. 불안한 중동정세가 유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바로 우리나라 석유 관련 상품과 가공상품 가격을 높여 체감물가를 크게 자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조원대의 2차 추경은 물가부담을 더욱 확대시킬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차관출신의 모 인사는 “정부는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이 2% 안팎이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국민들은 이미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소폭이라고 오르면 그것 자체가 체감물가 고공행진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체감물가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종합대책, 시장에 약효 있을까 = 치솟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에 대한 이재명정부의 대응방법과 시점, 내용이 관심이다. 이같은 처방들이 실제 수도권에 불고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의 확산을 잠재울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고 집값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 6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36% 올랐다. 20주 연속 상승세이면서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지난 12일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점검 TF’ 회의를 갖고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며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지난 22일 국정기획위원회 경제 2분과장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다소 정돈된 입장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국민 주거권 보장 측면에서 부동산이 중요하고 민주정부만 들어서면 부동산이 오른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일시적인 상황에 따라서 바로 대책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종합적인 근본 대책을 강구하도록 노력하겠다. 부동산은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종합적인 안이 마련되면 한꺼번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국토교통부에 “부동산 잡겠다고 수도권 주위에 신도시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섣부른 공급대책으로 투기심리를 부추기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미룰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과 관련해 “금리가 인하 추세에 있고 몇 년 동안 (부동산)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여러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며 “수도권으로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유인 요인을 어떻게 낮출지 그런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 단기적인 대책이 다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국토부 출신의 정일영 의원은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금융과 교통 교육 문제까지 포함한 국민이 믿고 시장이 신뢰하는 종합대책이 빠른 시일 내에 나와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이고 그 의지를 국민이 신뢰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늦으면 안 된다. 서둘러야 한다”며 “새 정부의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표명과 구체적인 핀셋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종합대책을 늦지 않게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섣부른 정책보다는 핀셋정책을 다양한 정책조합으로 과감하게 내놓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과감한 공급대책을 포함시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보유하고 있는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인사는 만사 = 이 대통령은 인사리스크도 안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1가구 2주택을 회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역시 차명으로 대출을 받는 범죄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부의 축적 과정도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 의한 것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발등에 불은 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다. 재산형성과정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으면서 야당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수차례 해명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법정치자금 사건 처벌 전력이 있는 김 후보자가 사건 관련자들과 금전거래를 이어왔다거나, 출판기념회 수입을 포함한 현금 보유 내역을 공직자 재산 신고에 반영하지 않는 등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미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돼 서울중앙지검에서 형사1부에 배당 수사 절차에 들어갔다.
이틀간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부분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면 여론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청문회 이후 곧바로 본회의에서 동의절차를 강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김 후보자의 해명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고 국민들이 수용할 만하다면 모르겠지만 부정적 여론이 더 많다면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감동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부정적 여론이 크면 다른 장관 청문회에서 몇 개 더 나오게 되면 초반부터 삐걱거리게 된다”며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