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파괴 안돼…몇개월 지연에 그쳐”
미 국방정보국 초기평가
“지하건물 대부분 건재”
백악관 “완전 파괴” 반박
미국이 지난주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것과 관련해 미 정보당국이 “지하 건물 자체는 파괴되지 않았고 핵 프로그램은 6개월 미만으로 지연됐다”는 초기 평가를 내렸다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공습은 이란의 핵 개발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고,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지연시킨 데 그쳤다”고 전했다.
NYT가 인용한 5쪽 분량의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의 3만 파운드짜리 벙커버스터(GPU-57) 폭탄 12발을 포함한 정밀타격으로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3개 주요 핵시설의 지상 및 입구 구조물은 봉쇄됐으나, 지하 핵심 인프라는 대부분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란 핵 프로그램이 일정 부분 지연되긴 했으나 6개월을 넘기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408kg의 대부분은 공습 전에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으며, 일부는 비밀 장소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당국자들 일부도, 이란 정부가 핵시설에 대한 공격에 대비해 소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별도로 운용해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CNN은 보고서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DIA의 평가는 미국이 아마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최대 수개월(a few months) 퇴보시켰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의 초기 피해 평가도 공습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 국방 당국자들은 포르도에 있는 지하시설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 같은 평가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CNN이 보도한 DIA의 초기 평가는 전적으로 잘못됐다”며 “정보기관 내 실패한 익명 관계자가 기밀을 유출해 대통령과 공군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14발의 벙커버스터가 정확히 명중했고, 그것은 완전한 파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은 완전히, 전적으로 파괴됐다(obliterated)”고 밝힌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우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한 상태다.
그러나 NYT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백악관의 자신감과 달리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작전은 이란의 핵무기 인프라를 심각하게 훼손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며, 최종 피해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결정을 실제로 내릴지 여부다. NYT는 미국 정보기관이 이번 공습 전까지 “이란은 아직 무기 개발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결정만 내리면 비교적 빠른 시일 내 핵폭탄 제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왔다고 전했다.
미 의회는 25일 관련 기밀 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됐으며, 상원은 27일로 다시 잡힌 상태다. 하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별도의 브리핑도 요구한 상황이다.
이번 공습의 실질적 성과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공개될 상세 피해 평가 결과와 이란 측 반응이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