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형사재심과 형사사법시스템의 개선

2025-06-25 13:00:01 게재

2002년부터 2022년까지 약 2만4000명이 형사재심을 청구하였으며, 재심청구인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형사재심제도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사법정책연구원 2024. 5).

형사재심이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절차적 오류가 있는 경우, 피고인 등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확정력을 배제하고 새롭게 재판을 청구하는 비상구제절차를 말한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예컨대 누명을 받아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자가 그 후에 진범이 체포된 경우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명백한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형사사법에서의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가 일정한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하고 조정하는 제도가 바로 재심제도이다.

결국 재심제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할 때 정의를 위해 판결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판사는 합리적 의심을 넘는(beyond reasonable Doubt) 유죄의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유죄를 선고하게 된다. 그런데 판사의 판단이 언제나 진실에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인 판사가 진실을 발견하는 데는 일정한 내재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한계와 재심

판사는 사건 당시의 범행 사실 그 자체를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제출된 증거를 기초로 인정된 사실을 통해 유·무죄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한계는 형사재심의 출발인 동시에 형사재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법관의 실체적 진실발견이 언제나 타당하다고 한다면 형사재심제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재심은 이전 확정판결에서의 오류를 인정하고 새롭게 진실을 발견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재심 재판 역시 인간인 판사가 담당한다는 점, 증거나 증인의 소멸 가능성 등 이유로 일정한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형사재심이라는 멀고 먼 여정은 시간적으로 그리고 소송비용의 측면에서 소추측과 피고인 모두에게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형사재심의 문은 열려있지만형사재심 청구가 가능한 증대하지 않도록 하는 형사사법시스템이 필요하고, 이것은 하급심(1심과 항소심)에서 형사소송의 이념에 충실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다.

독일 프라이부르그의 최하급 법원(Amtsgericht 절도, 사기 및 교통사고 등 경미한 범죄 사건의 제1심을 담당하는 독일의 법원) 방청에서 판사와 피고인이 서로 대화하면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진정한 구두변론주의를 실천하는 과정으로 여겨졌다.

‘재판은 신속할수록 향기가 높다’라는 법 격언이 있다. 이것은 형사재판에서 사실인정의 토대가 되는 증거를 가장 먼저 심리하게 되는 1심과 항소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목표로 하는 중요한 형사사법시스템이다.

사법시스템 개혁의 첫 단추

현재 대법관 증원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대법관 증원만 논의된다면 그 논의는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한다. 진정한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은 첫 단추인 1심과 항소심에서의 인적 물적 변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법관의 증원이다. 일반법관의 증원이 현실화할 때 대법관 증원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권오걸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