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골목경제 살릴 마중물 될까
지자체마다 발행규모·할인율 확대 나서
간편결제 도입 … 구매 한도 없앤 곳도
정부의 지역화폐 정책 확대에 힘입어 지자체들도 앞다퉈 발행규모와 할인율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화폐 활대로 인한 골목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5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들이 속속 지역화폐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인천시는 지역화폐 인천이(e)음카드 캐시백 비율을 다음 달부터 높인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인천이음카드로 결제 시 월 30만원 한도 안에서 결제액의 5%를 포인트로 돌려주는데 다음달부터는 7%로, 9월부터는 10%로 확대한다. 인구 감소 지역인 강화·옹진군은 캐시백 비율을 최대 15%까지 높이기로 했다.
그동안 지역화폐 발행에 소극적이던 울산시도 방향을 180도 바꿨다. 울산시는 지난 20일부터 8월 말까지 지역화폐 울산폐이 페이백 비율을 7%에서 10%로 상향한다. 구매 한도액도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고, 전통시장에서는 5% 추가 적립 혜택도 준다. 월 50만원씩 충전해 재래시장에서만 사용한다면 월 7만5000원을 돌려받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경기도는 간편결제를 도입해 지역화폐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카카오페이 사용자라면 누구나 실물카드 없이도 경기지역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페이에 지역화폐를 일반 신용·체크카드와 똑같이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조 모씨는 “충전과 사용이 간편해진다면 다른 신용·체크카드와 비교해 할인혜택이 큰 지역화폐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라며 “결국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규모 지자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지역화폐 확대 정책을 펴는 것도 눈길을 끈다. 경남 창녕군은 올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100억원에서 193억원으로 2배 가까이 확대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특별판매기간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월 판매 한도를 두지 않고 10% 할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판매 한도를 없애면 부익부 빈익빈 효과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창녕군은 이보다 소비진작 효과 극대화를 더 중요하게 본 셈이다.
충북 증평군도 발행규모를 45억원에서 1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린다. 증평군은 특히 이달 중 민생안정지원금을 군민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이 같은 정책 효과로 지역화폐는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정부의 지역화폐 정책 확대에 따른 효과다. 행정안전부는 지역화폐 개인 구매 한도를 월 7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했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대한 사용 제한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연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에서 지역화폐 사용이 제한됐지만, 슈퍼나 편의점이 없는 면 지역에서는 하나로마트 사용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기로 지침을 변경했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역화폐가 지역 내 소비 촉진을 불러올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정부의 지원예산 확대다. 정부는 올해 초 1차 추경 때 4000억원을 배정한 데 이어 2차 추경 때 6000억원을 추가해 전체 1조원을 캐시백 지원금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지역화폐 페이백을 선심성 지원이라며 외면하던 대전·대구·울산 등도 관련 예산을 추가 배정하는 등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정부의 민생회복소비쿠폰이 지역화폐로 지급될 예정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인당 15만~50만원씩 지급 예정인데 전체적으로는 13조2000억원이 지역화폐로 지역 상권에 풀리게 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소비쿠폰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것은 지원예산 전체가 오롯이 지역 상권 안에서 사용된다는 얘기”라며 “자금의 역외 유출 우려가 전혀 없으므로 특히 대도시 인근 중소규모 지자체들의 경기 활성화 효과가 뚜렷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차체들은 경기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재정 부담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재원 매칭 제도 때문에 정부 지원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지자체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민생회복소비쿠폰에 대한 지자체 부담(20% 예상)도 있어 지자체 재정을 더욱 옥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비 지원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체 예산이 없어 발행 규모를 무턱대고 늘릴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