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CNN 기자, 비난받고 개처럼 쫓겨나야”

2025-06-26 13:00:23 게재

이란 핵시설 공습 피해 공방 백악관 반박, 유출자 색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한 보도에 격분하면서 언론과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공습 피해가 제한적이었다고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가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백악관과 정보당국도 총출동해 관련 보도를 반박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최근 이란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등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해왔다.

CNN과 NYT는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를 인용해 이란의 핵 역량이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았고, 핵 프로그램이 수개월간 후퇴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미국 내부에서 공습의 실효성과 관련한 의문을 촉발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이란 핵시설은 괴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귀국길에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CNN 기자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CNN에서 해고돼야 한다. 즉각 비난받고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NYT 보도에 대해서도 “정말 나쁘고, 병든 사람들”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제의 보도는 DIA의 내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보고서 자체보다는 이를 인용 보도한 언론을 주된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아울러 백악관은 DIA 보고서가 ‘낮은 확신’(low confidence) 수준으로 작성된 점을 강조하며, 언론이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반발했다.

정보기관들도 일제히 백악관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운 정보로 확인됐다”며 “이란은 3개 핵시설을 모두 재건해야 하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란 핵 프로그램은 최근 정밀 공격으로 심각하게 손상됐으며, 일부 핵심 시설은 재건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란의 핵시설은 괴멸됐다.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자료에는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 실렸다.

이스라엘 원자력에너지위원회는 “미국의 포르도 공격은 현장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하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스라엘군 인사들도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한편 보도에 인용된 DIA 보고서가 1급 기밀로 분류돼 있다는 점에서 연방수사국(FBI)은 유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불법적으로 기밀을 유출한 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논란은 이란이 핵시설 공격 직전 농축우라늄 등을 다른 장소에 은닉했는지 여부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백악관, 언론, 정보기관 사이에 소모적 공방이 이어지며 핵시설 피해 규모에 대한 평가보다 정치논쟁이 더 부각되는 양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