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동성제약 “177억원 횡령 발생”
나원균 대표 등 경영진 고소장 경찰에 접수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 소액주주 피해 눈덩이
오너일가의 경영권분쟁에 따른 기업회생 개시 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동성제약은 ‘177억3000만원 규모의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는 동성제약의 자기자본 579억원 대비 30.6%에 해당한다.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 고찬태 감사는 24일 나원균 대표이사와 등기임원 2명 등 경영진 3명을 대상으로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팀에 배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동성제약은 이 사건과 관련해 향후 진행되는 제반 사항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성제약은 창업주인 고 이선규 회장이 2008년 별세한 후 3남1녀 중 막내인 이양구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창업주 외손자이자 이양구 회장의 조카인 나원균 현 대표가 승계를 받는 수순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직원 임금 지급이 밀려 구설수에 오르기도한 상황이었다. 나 대표는 이 회장의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의 아들이다.
나 대표 체제로 전환됐지만 최근 이 회장이 회사가 더 난관에 직면했다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동성제약은 지난해 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매출도 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아오겠다며 지난 4월 22일 보유 지분 14.12%를 마케팅 전문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매각 계약은 2년 후 이 회장이 다시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조건에는 브랜드리팩터링이 지정하는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고, 계약일로부터 50일 이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경영권 이전 계약은 나 대표측과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 대표는 이에 대응해 지난달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 지난 23일 법원의 인가를 받아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동성제약의 회생절차신청 배경을 이 회장측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가능성을 저지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조치로 판단한다. 법정관리가 접수되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강제집행이나 가처분, 임시주총 소집 등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동성제약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의 최대 피해자는 주주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주가는 가격 제한폭까지 내려 2780원으로 폭락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거래정지 됐다. 법원이 회생절차 신청을 받아들이자 다음날인 24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거래소는 경영진 등의 횡령·배임 혐의설에 대한 조회공시 사유로 이날 오후 4시 14분부터 매매거래를 다시 정지했다. 주가는 973원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가족경영 문화를 이어가면서 다수의 제약사가 승계 리스크에 직면하곤 한다”며 “제약업계도 이제 선진적인 경영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동성제약은 고 이선규 회장이 염색약 제조업체인 ‘쌍용제작소’를 인수해 세운 회사다. 정로환, 세븐에이트 등이 대표 브랜드다. 특히 정로환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표 브랜드다.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정로환은 러일전쟁을 치르던 일본군이 배앓이와 설사로 인한 극심한 병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1902년경 다이코신약의 제품을 보급하면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동성제약이 다이코신약에서 직수입하다 1972년 이 회사 전임 공장장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제조법을 배워 직접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보령제약, (구)조선무약합자회사 등 다른 제약사들도 정로환이라는 이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 동성제약은 이에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정로환이 상품명이 아니라 약의 이름인 일반명사라고 판단했다. 일본에서도 십여 군데의 제약사에서 정로환을 내놓고 있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