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국방비 5% 청구서…“미국, 우리에게 유사한 주문”

2025-06-27 13:00:17 게재

위성락 안보실장 “하나의 흐름 … 유연하게 접점 찾아야”

한미회담 조속 개최 논의는 ‘진전’ … 관세 등 과제 쌓여

이 대통령 나토 불참 양해 구해 … “트럼프, 조선업 관심”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가 한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유사한 주문이 우리에게도 있다. 안보 관련 협의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정상회담 조속 개최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협상은 물론 국방비 증액 문제까지 다루는 복합 전선에 서게 될 전망이다.

위성락 안보실장, 루비오 미 국무장관 면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NATO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위성락 안보실장이 24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면담했다고 대통령실이 25일 전했다. 대통령실 제공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위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위 실장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에 합의한 점을 언급하며 “그게 하나의 흐름이고 유사한 주문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다”라며 “2개의 협상 트랙에서 서로 유연하게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위 실장은 관련 질문에서 “(국방비 문제에 대한) 그런 논의들이 실무진 간에 오가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지는 정해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관련한 요구가 이미 있어 이에 대한 협의가 진행중이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한국이 미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 요구를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앞서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24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규정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충분한지도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한 예고편 성격으로 해석됐다. 한국 입장에선 현재 GDP의 2.3% 수준의 국방비를 5%로 올리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미국과 협상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한미정상회담 조속 개최에 대해선 양국 모두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위 실장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중 이뤄진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 내용을 설명하며 “(한미정상회담 논의에)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조금 빨리 추진하자는 것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시점이 나오진 않았지만 조속히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다음 달 10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장관급 회의를 전후로 방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위 실장은 “미국 인사들이 방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유예시한인 7월 8일 이전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요구가 있었지만 이는 유연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도 26일(현지시간) “아마도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유예시한 자체가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설사 유예시한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무리하게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시한에 맞춰서 할 것이 아니라 국익에 맞춰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울 전망이다. 관세는 물론 방위비와 국방비 문제까지 줄줄이 민감한 과제들을 모두 논의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드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한편, 관세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위 실장은 “세부 논의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전반적인 한미 간 협상 전체에서 논의했고, 관세 협상이 조속한 진전을 보여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시너지를 이루는 상황을 기대하고, 노력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나토 정상회의 일정 중 하나였던 네덜란드 국왕 주최 만찬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잠깐 대화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조선업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잠깐 서서 이야기한 것이지만 한두 마디를 해도 조선업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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