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퇴직연금 규약, 가입자 보호를 위한 ‘뚜레’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금리도 내렸다. 새정부는 주가 5000시대를 약속했다. 주가를 3000p로 가정하고 기준금리 2.5%를 적용해 계산할 경우 주가가 75p 하락하면 1년 금리를 손해 보게 된다. 75p 상승하면 1년 치 해당금액을 이익 보게 된다. 최근 많은 직장인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주식투자한다. 우리나라만큼 정치·경제적 역동성이 큰 나라도 드물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재정적 어려움으로 도산직전 상황의 기업이 2600여개 이상이나 된다. 이 가운데 10%가 파산·도산된다고 가정하면 250여개 기업의 기업당 근로자를 100명으로 계상하면 2만5000여명이 퇴직연금을 중지하거나 퇴직금을 수령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형)에 가입한 기업이 금융기관에 퇴직연금 부담금을 상당기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 회사의 다른 노동조합 가입자들은 임금과 복지가 좋은 유명기업이므로 퇴직금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가 파산상태 직면해 퇴직금 전액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상장 폐지된 마당에 퇴직금이 언제 나올지, 제대로 다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예측이 안된다.
또 다른 기업은 여러개 금융기관에 분산 가입하고 있는데 간사 금융기관이 아닌 참여사로서 2년 이상 부담금을 납부 받지 못한 곳도 발생했다.
금융계약서라는 선입견, 읽지 않는 경우 많아
퇴직연금 가입금액이 500조원 규모에 이르고 제도도입 20년이 지난 시점에 있어서는 안 될 민낯이다.
이러한 상황 발생의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첫째 가입자인 근로자와 노조들이 몰랐다는 것이어서 더욱 놀랍고 안타까울 뿐이다. 퇴직연금 규약에 대한 무관심 무교육 몰이해 등이 몰고 온 참사다. 그래서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아니라 지기지피(知己知彼)인 것이다.
규약에 대해 복잡한 금융계약서라는 선입견으로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을 바꿔 기본을 되짚어 보기를 제언한다. 규약 내용을 보면 금융환경이 급변해도 규약상 두루뭉술한 표현이 많다. 수익률이 바닥을 쳐도 말 한마디 못하고 수수료는 어떻게 얼마나 납부하는지, 교육은 집합교육이고 대면교육은 외부 전문교육기관에 위탁하면서 교육비용에 대한 언급은 있는 지 등에 대한 기본적 내용을 치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7월 12일이면 가입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시행한다고 도입한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제도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지정제도(Default Option) 실시 1년이 된다. 이 제도는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와 연봉제 도입기업 등 대기업 공기업보다 인원규모나 가입금액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 근로자들이 많이 가입했다. 상품선택도 자기결정 하에서 이뤄져야 하는 구조이므로 더욱 규약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노사 함께 금융사업자 조종가능한 ‘금융뚜레’
농사를 돕는 소가 약 600kg 내외이고 60kg 조금 넘는 농부의 몸무게로 어떻게 하면 소를 자유롭게 움직여 가을에 풍요로운 수확할 수 있을까? 작고 가벼운 ‘코뚜레’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큰 소도 쇠코뚜레를 움켜진 농부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퇴직연금 규약이‘금융뚜레’ ‘연금가입자 보호 뚜레’인 것이다. 거대 금융사업자들을 상대로 몸집 작은 기업이나 소규모 노조가 수익률향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2024년말 퇴직연금 적립금 총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9조3000억원, 12.9% 증가하고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22.9%, DC형은 2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가입자 스스로 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형태를 취하는 투자형 상품으로 선택 운용하는 기류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수록 DC형 경우 가입자들은 퇴직연금규약을 잘 살펴야 한다. 또한 사용자들이 주로 운용하며 상대적으로 노조나 개인적으로 관심이 적은 DB형의 경우도 규약내용 다시 살피기를 거듭 강조한다. 아울러 고용부도 가입자 보호차원에서라도 금융사업자중심에서 벗어나 가입사업장별로 규약에 대한 세부적 안내와 적극적 활용가능 방안 등을 교육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퇴직연금 규약은 정부에서 만들어준 통일된 양식에 서명하는 것이 아니다. 퇴직금도 후불적 임금이니 임금협상할 때 함께 논의해 근로자에게 적합한 내용과 우리기업 형편에 맞는 내용을 살펴서 실사구시형 퇴직연금 모델이 필요하다. 보다 폭넓은 임금협상안을 도출하려는 새로운 시도와 협의를 거쳐 규약의 중요성과 맞춤형 규약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퇴직연금 규약 내용에 대한 교육과 검토를 통해 은퇴 후 퇴직연금이 의미있는 후원자가 돼 최소한의 노력으로 행복한 노후연금 영토확장에 크게 기여하는 ‘행복뚜레’가 되기를 바란다.
이영하
연금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