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군사 긴장 속 외교 채널 유지

2026-02-04 13:00:35 게재

드론 격추·유조선 위협 긴장

고위급 핵협상 논의 예정대로

2012년 4월 5일 아라비아를 항해하는 미국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의 문턱까지 치닫는 상황에서도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중동 해역에서 발생한 일련의 군사 사건은 양국 간 불신의 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전면 충돌을 피하려는 계산도 함께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 중부사령부는 3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 드론 1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당시 항모는 이란 남부 해안에서 약 800㎞ 떨어진 공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미군에 따르면 해당 드론은 이란이 운용하는 샤헤드-139 기종으로 명확한 의도가 확인되지 않은 채 항공모함을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미군 F-35 전투기가 즉각 대응에 나섰고 격추 과정에서 미군 인명이나 장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사건 직후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또 다른 긴장 상황이 벌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속 고속정 두 척과 모하제르 드론 1대가 미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러티브’에 고속 접근하며 승선과 나포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를 상업 선박의 항행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물리적 충돌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즉각적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을 상대로 핵협상 재개를 압박하며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 등 주요 군사 자산을 중동에 집중 배치했다. 외교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무엇을 할지는 말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외교 채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드론 격추로 긴장이 고조된 이후에도 “이란과의 대화는 현재로서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가 성공하려면 상호 의지가 필요하다며 미국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중동특사는 이란과의 직접 회담에 앞서 이스라엘을 먼저 방문했다. 윗코프 특사는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이란 핵협상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강경 노선을 유지해 온 핵심 동맹국으로,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조율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스라엘 측은 협상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의 완전 중단과 핵물질의 국외 이전,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은 과거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긴 전력이 있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이는 이란과의 합의가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이란 역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6일 열릴 예정인 윗코프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회담은 지난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처음 열리는 고위급 회동이다. 이와 관련 이란은 회담 장소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오만 무스카트로 변경하자고 요구했다. 또 중동 여러 국가 인사가 동석하는 다자 회담이 아닌 미국과 이란의 양자 회담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구조와 형식을 둘러싼 기싸움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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