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행정통합 특별법, ‘설계의 시간’이 왔다

2026-02-04 13:00:01 게재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제 논의는 ‘필요성’에서 ‘구체’로 옮겨갔다. 그런데 법안이 공개되자마자 터져 나온 건 설계 경쟁보다 감정 경쟁이다. 정치적 이해득실부터 먼저 따지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안이냐 국민의힘안이냐’ ‘광주·전남은 이렇다는데 우리는 왜 다르냐’ ‘왜 넣었나 또는 왜 뺐나’ 같은 문장들이 논점을 집어삼킨다.

이런 상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한 문장이 있다. 바로 ‘법은 전리품이 아니라 공동 설계도’라는 원칙이다. 지금 우리가 다투는 대상은 ‘법’이 아니다. ‘법이 되기 전 단계’다. 법안은 법이 되고,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나고, 조례·예산·조직·인사 설계를 거쳐 주민 삶으로 번역된다. 몇개 조항을 떼어 승패를 가르는 방식은 통합 이후 삶을 설계하기 위한 논쟁이 아니라 ‘정치 공방’으로 보일 위험이 크다.

통합 법안은 어쩌면 ‘명절 종합선물세트’와 비슷하다는 권선필 목원대 교수의 말이 눈에 쏙 들어온다. 우리는 흔히 선물세트를 고를 때 가격대부터 본다. 하지만 본질은 이 조합이 받는 사람(주민)에게 필요한 것들로 묶었는지다. 무엇을 왜 묶었는지, 어떤 가치로 조합했는지부터 읽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항’과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 조항’을 가르는 기준도 선다. 반대로 철학 없이 품목만 비교하면 남는 건 상처와 불신뿐이다.

이번 행정통합 특별법안 논의 국면이 예민한 이유 중 하나는 바깥의 시선이다. 2일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6명이 따로 모여 형평성과 절차 문제를 꺼냈다. 통합 바깥 지역이 “특정 권역만 앞서간다”는 불편함을 공식화한 셈이다. 통합 당사자들 내부도 온도차가 크다. 부산·경남은 “주민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대전·충남과 대구·경북은 여야 법안이 함께 제출된 탓에 주도권 경쟁이 격화됐다. 같은 ‘통합’인데도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단순하다. 찬반이 아니라 설계다. 권한이양·재정분권·산업특례라는 세 축을 각 법안이 어떻게 묶었는지, 통합 이후 지역균형 기초자치권 교육자치 같은 내부 불안을 줄일 안전장치를 무엇으로 확보했는지, 통합 밖 지역과의 형평성을 어떤 원칙으로 설명할지부터 따져야 한다.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이 강조한 자치구 교부세 직접 교부, 양도소득세 교부 같은 조항이 주목받는 이유도 행정통합의 ‘위상’보다는 주민들이 받아안을 ‘체감’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5건이 모두 국회에 제출된 지금이 전환점이다. 속도전이든 신중론이든 결국 답은 하나다. 이 법안들이 주민에게 어떤 ‘삶의 설계도’가 될 수 있느냐. 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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