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공업의 화려한 부활

2026-02-04 13:00:01 게재

정부 방위 예산 급증·항공엔진 수요 회복에 사상최대 성과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중공업 3사’가 2025년 3월기 결산에서 나란히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2년간 약 6배로 증가했으며, 가와사키중공업과 IHI의 주가 역시 고점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본 중공업 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중공업 3사의 실적 확대를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방위 수요다. 2022년 말 일본 정부는 2027년도까지 5년간의 방위비를 이전 기간 대비 약 1.5배인 43조엔 수준으로 확대하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추진했다. 여기에 더해 민간 항공기 수요 회복으로 항공엔진 사업도 되살아나고 있다.

IHI는 1853년 설립되어 조선에서 배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대형 종합중공업 기업으로 발전해 온 회사다. 잠수함 건조부터 항공기 엔진, 로켓 개발, 지상 장비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안보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떠받치는 거대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제트 엔진의 70%를 점유하는 하고 있다. 출처: IHI 웹사이트

전방위로 혁신 이끄는 미쓰비시 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중공업 기업으로, 플랜트·인프라, 에너지, 항공·방위·우주, 물류·산업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방위 장비인 항공기, 함정, 미사일 등의 개발·생산·운용 지원에 관여하고 있으며, 차세대 전투기 국제 공동 개발 프로젝트(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에서는 기체 본체의 설계 및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위 장비의 해외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이 제작한 함정을 호주군이 채택하면서 최초의 함정 수출 사례가 되기도 했다. 방위·우주 부문에서는 2025년 3월기에 전기 대비 36%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며, 수주 전망 역시 당초 계획보다 9000억엔 상향된 약 1조 9000억엔에 이르렀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가장 큰 강점은 강력한 진입 장벽이다. 압도적인 사업 규모는 원자재의 대량 조달에 따른 구매 비용 절감, 대규모 생산 라인의 효율화, 연구개발 투자 분산을 가능하게 하며, 그 결과 단위당 생산 비용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한다. 발전용 가스터빈 생산 능력을 30% 확대하기 위해 약 500억엔을 투자하고 있으며, AI 인프라, 특히 데이터센터와 핵융합 개발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도 천문학적인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자본집약적 산업 구조 역시 또 하나의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기경영계획인 '2024 사업계획'에서는 안전·안심·쾌적한 사회 구현을 목표로, 포트폴리오 경영 강화, 기술·인적 기반 강화, 'MISSION NET ZERO 추진'이라는 세 가지 그룹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CO₂ 배출량을 2040년까지 실질적으로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과 실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목표로 하는 2050년 넷제로를 10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일본의 근대화와 함께 성장해 온 미쓰비시중공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성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착실히 갖추고 있다.

멀티플레이어, 가와사키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은 육상·해상·항공은 물론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이 매우 폭넓다는 점이 특징이다. 선박과 철도차량, 항공기, 우주산업과 같은 대형 기계 분야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환경기술, 수소에너지 등 차세대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항공기, 잠수함, 헬리콥터, 초계기, 수송기, 미사일용 엔진, 무인기, 레이저 등 폭넓은 방위 장비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초계기 P-1과 수송기 C-2의 시스템 인테그레이션을 통해 축적해 온 기술을 바탕으로 방위 장비의 해외 이전에도 적극적이다.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는 일본·영국·이탈리아가 각자의 강점을 지닌 분야를 결합하는 형태로 공동 개발에 나섰다.

2022회계연도에 약 2400억엔이었던 방위 사업 매출은 2025년 3월기에 약 5600억 엔으로 확대되며 전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작년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이 방위비 추가 증액 방침을 분명히 한 가운데, 2030회계연도에는 매출이 7000억엔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와 우주 분야 역시 가와사키중공업이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사업 영역이다. 단순한 운송 분야를 넘어 우주 탐사와 방위 산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선박 및 철도차량 사업은 가와사키중공업의 확고한 기술력을 보여 주는 분야다. 축적된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LNG 운반선, 잠수함, 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해 왔으며, 높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점으로 한다. 철도차량 사업에서는 고속철도, 도시철도, 전동차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에 차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경량화·에너지 효율·안전성을 중시한 기술을 통해 ‘안전·안심·쾌적’을 추구하는 철도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의 구축을 위해 수소 사회의 실현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일찍이 수소 에너지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으며, 대규모 수소 수송과 저장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써 왔다. 특히 액화수소 운반선의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지구적 차원의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수소 기술 활용에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와 항공우주 산업에서의 연료 효율 향상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일본 안보를 떠받치는 숨은 주역, IHI

IHI는 1853년 설립되어 조선에서 배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대형 종합중공업 기업으로 발전해 온 회사다. 잠수함 건조부터 항공기 엔진, 로켓 개발, 지상 장비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안보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떠받치는 거대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IHI의 기원은 1853년 설립된 ‘이시카와지마 조선소(石川島造船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조선소는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선소로, 일본 근대 공업의 태동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이후 군함과 상선, 교량, 철도차량, 항공기 엔진 등 거의 모든 중공업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왔다. 잠수함과 호위함, 항공자위대의 제트엔진 제조·정비까지 사업 영역이 확대됐으며, 2007년에는 사명을 ‘IHI’로 변경했다.

IHI의 2024년 방위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7%로 비중 자체는 높지 않지만, 방위사업은 IHI 기술개발 역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잠수함 건조를 통해 축적한 용접 기술, 항공기 엔진에서 연마한 정밀 가공 기술, 로켓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연소 제어 기술 등은 민수 제품으로도 환류되며 IHI 전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디젤·일렉트릭 잠수함으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잠수함 선체에는 심해의 수압을 견디기 위해 고장력강(NS강)이 사용되는데, 이를 변형 없이 기밀성을 유지하며 용접하는 기술은 극도로 높은 난도를 요구한다. IHI는 이러한 용접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잠수함에 있어 ‘조용함’은 곧 생존을 의미한다. IHI가 건조에 참여한 잠수함은 ‘바다의 닌자’라 불릴 만큼 탁월한 정숙성을 구현하고 있다.

제트 엔진 제조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방위성이 보유한 제트엔진 계약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하늘을 나는 여객기 다수에는 IHI가 제작한 부품이 탑재돼 있다.

IHI의 강점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심장부’를 만드는 데 있다. 잠수함의 심장부, 항공기 엔진의 정밀 부품, 로켓의 추진 시스템까지, 이 모든 곳에 IHI의 기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만약 IHI가 방위사업에서 철수한다면 일본의 잠수함은 더 이상 건조될 수 없고, 전투기는 하늘을 날 수 없으며, 로켓은 발사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그만큼 IHI는 일본 안보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인 것이다. IHI는 항공·우주·방위 사업의 2030회계연도 매출 목표로 2023회계연도 대비 약 2배에 해당하는 8000억엔을 제시했으며, 영업이익률 역시 1.7%포인트 개선된 약 15% 수준을 목표로 설정했다. 더 나아가 2040회계연도에는 매출 1조엔 달성을 지향하고 있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