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무산’ 유영제약…법원 “투자금 돌려줘야”

2026-02-03 13:00:36 게재

법원 “후속 투자 거절·IPO 무산 책임”

유영측 “법리적 다툼 여지 있어” 항소

바이오신약 개발기업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체결된 주식매수 약정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분쟁과 관련해 법원이 해당 기업의 대주주인 제약사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약사가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다시 매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컨버전스-CL 바이오투자조합 제1호’와 이 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GP)인 A사가 유영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유영제약이 A사에 52억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바이오신약 개발사 오토파지사이언스에 대한 투자 이후 계약에 정해진 주식매수 사유가 발생했는지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컨버전스-CL 바이오투자조합 제1호(투자조합)는 2020년 12월 오토파지사이언스가 발행한 신주 80만주를 약 35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유영제약에서 분할된 곳으로 유영제약이 최대 주주로 참여했고 회사 대표도 유영제약측 인사가 맡았다.

투자계약에는 기업공개(IPO)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이해관계인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투자조합측은 유영제약이 경영권 분쟁과 20여건의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면서 후속 투자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문제삼았다. 이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유치가 무산되고, IPO 추진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영제약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관투자자들이 유영제약의 후속투자를 전제로 투자 의사를 밝혔음에도 유영제약이 이를 거절한 점 등을 들어 계약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회계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인해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IPO를 통해 투자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라며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IPO가 불가능해진 경우는 투자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정도로 중대한 채무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유영제약측은 “회계법인 감사의견 거절은 피고의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고 신약 개발 사업 자체의 위험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다”며 “주식매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 직후 유영제약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2일 “1심 판결을 존중하지만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쟁점사항이 있다”며 “해당 주식매수대금 지급여부에 대해 보다 면밀한 판단을 요청드리는 취지”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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