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란, 수개월 내 우라늄 농축 가능”

2025-06-30 13:00:01 게재

트럼프 “핵 말살” 주장에 반론

도청·위성사진 등 복구정황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이 수개월 이내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끝났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과는 크게 배치된다. 그로시 총장은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의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몇 개의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를 다시 가동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데 수개월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현재 60% 농도의 고농축 우라늄 약 400㎏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 수준으로 단시간 내 도달할 수 있다. 그로시 총장은 우라늄의 일부 혹은 전부가 공습 전 다른 장소로 이동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 물질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는 공습으로 파괴됐을 수 있으나 일부는 옮겨졌을 가능성도 있어 향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물질이 전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란은 최근 IAEA와의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결의안에 따라 이란 내 핵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단의 접근이 제한됐고, 포르도 핵시설 등 핵심 기지의 현황 파악이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나탄즈 핵시설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공습으로 형성된 대형 구멍이 메워졌고 현장에는 천막과 트럭이 설치된 모습이 확인됐다. 포르도 핵시설 주변에서도 여러 대의 차량이 포착돼 핵시설 복구와 관련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일부 이스라엘 언론은 이란이 시설에 묻힌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보당국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이 도청한 이란 고위 당국자 간 통화에서 “미국의 공습 피해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통화는 6월 22일 공습 직후 이뤄졌으며, 이란 측은 왜 폭격이 예상보다 광범위하지 않았는지를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WP는 이 내용이 “이란 핵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도청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란 측 평가에 대해선 반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수백 피트 잔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은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보고서를 인용해 이란 핵시설들이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핵심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전 중 하나”라며 해당 언론을 맹비난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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