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어깃장에 내란특검, 강경대응

2025-06-30 13:00:20 게재

출입방식·조사자·재소환날짜 등 놓고 ‘딴지’

특검 “수사 방해 행위 엄정 대처” 강력 경고

7월1일 재소환, 체포방해·국무회의 조사할 듯

‘12.3 내란’사태를 규명할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윤석열 전 대통령측이 각종 법기술을 동원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방해 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히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 주목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전날 윤 전 대통령에게 ‘7월 1일 오전 9시 2차 출석하라’고 재통보했다. 당초 특검팀이 예정했던 30일에서 하루 늦춘 날짜다.

◆2차 소환 실랑이, 하루 늦춰 = 특검팀은 28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30일 오전 9시에 다시 나오라고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를 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측은 “소환에 있어서는 피의자 및 변호인과 충분한 협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건강 문제와 진행 중인 재판의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해 출석 기일을 다음달 3일 이후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과의 협의 등을 ㅐ제삼아 특검의 소환 날짜 연기를 요구한 것이다.

특검은 이같은 요구를 일부 수용해 2차 소환 시기를 하루 연기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측의 무리한 주장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29일 오후 소환일정 재통보 사실을 전하며 “(소환 일정) 합의는 협의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결정은 수사 주체가 하는 것이고 윤 전 대통령측 의견을 접수한 후에 특검의 수사 일정이나 여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출석 일자를 정해서 통지한 것”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또 ‘7월 1일 소환 통보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사유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불응 사유가 납득할 수 없다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만 드린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출석 날짜를 조정했음에도 이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측은 30일에도 의견서를 제출하고 특검의 소환 통보 절차에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은 “합의는 물론 협의도 없었다”면서 “수사의 적법절차를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사과 없었던 1차 조사 ‘파행’ = 앞서 지난 28일 진행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도 순탄치 않았다. 윤 전 대통령측은 특검팀이 통보한 소환시간인 오전 9시를 10시로 한 시간 늦춰주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출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이 시간 조정을 받아주면서도 지하 주차장 출입은 허용하지 않자 윤 전 대통령측은 출석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측의 태도를 “출석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체포영장 재청구 등을 시사하자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등검찰청 1층 현관을 통해 걸어서 입장했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받은 지 약 5개월 만으로 특검 수사가 시작된 후 첫 조사였지만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 질문에 답변 없이 들어갔다. 국민에 대한 사과도, 유감 표명도 없었다.

이날 오전 10시 14분부터 시작된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특검에서는 이 사건을 수사해온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신문에 나섰고, 윤 전 대통령측에서는 송진호 채명성 변호사가 입회했다.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진술거부권 행사 없이 1시간가량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점심 식사 이후 윤 전 대통령측이 박 총경의 신문 자격을 문제삼으며 조사는 파행을 겪었다. 윤 전 대통령측은 박 총경이 불법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됐다는 점을 들어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주체는 공수처였고, 박 총경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며 조사 내용과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조사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고 한다.

결국 특검이 조사자를 바꾸고 다른 혐의부터 신문하기로 하면서 조사가 재개됐다. 김정국, 조재철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4시 45분부터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의결 과정,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방해, 외환 혐의 등을 조사했다. 특검은 한 차례 조사로는 준비한 질문을 다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오후 9시 50분쯤 피의자 신문을 종료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조서를 검토한 뒤 29일 새벽 귀가했다.

윤 전 대통령이 머문 시간은 15시간이었지만 실제 조사 시간은 5시간에 그쳤다. 조사가 파행을 격자 특검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며 조사를 거부하는 것을 수사 방해 행위로 보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박 총경이 현장에 없었고, 지휘에도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윤 전 대통령)변호인들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수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특검은 경찰청에 수사 방해 행위 관련 수사를 전담할 경찰관 3명의 파견을 요청한 상태다.

◆“북 도발 유도” 외환 의혹도 조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소환조사에서는 1차 조사에서 마치지 못한 국무회의 의결 과정과 외환 혐의 등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비상입법기구 문건 등 계엄 관련 문건이 작성돼 국무위원들에게 전달된 과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당시 국무회의와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한 추궁이 예상된다.

특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을 별도 혐의로 입건한 상태로 당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의혹과 관련해선 무인기 평양 침투,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는지를 규명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1차 조사에서 중단됐던 체포 방해 혐의와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재개할 수도 있다. 특검팀은 체포 방해 혐의 등에 대해선 이 사건을 수사해온 박 총경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해 또다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박 특검보는 “꼭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리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조사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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