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저신용자 자금공급 시장부터 살려야

2025-07-01 13:00:01 게재

이재명정부가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의 소각과 저소득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빚 탕감 논란이 있지만 장기연체자와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복귀를 돕기 위한 필요 조치다.

다만 빚 탕감에 그치지 않고 저신용자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극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 이용이 사실상 막혀 있다.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 월세와 유서를 남기고 삶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복지 사각지대 개선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최근에도 익산에서 생활고를 겪던 모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극저신용자들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은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삶의 벼랑 끝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2년간 금융권 전체적으로 신규 대출이 늘었지만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이 신용대출을 축소하면서 신용평점에 따른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전체 신규 신용대출은 132조5200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조3800억원(1.05%) 증가했다. 하지만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의 신규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5조2300억원(33.6%) 감소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최대 6만5000명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도 9만4000명보다 줄었는데, 정부의 불법사금융예방대출(옛 소액생계비대출)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극저신용자들을 직접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 효과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기도지사 시절 극저신용자들을 위한 소액금융 지원사업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정부의 예산 투입 없이 은행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는 반쪽짜리이고 정책 서민금융상품 대부분은 신용평점 하위 20%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책 서민금융 확대와 함께 대부업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 구조를 대부금융에 한해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연동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단기소액대출 상품에 대해 법정 최고금리의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우수대부업체에 은행권 차입을 허용해 대부업체들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시장을 살리지 않고 재정 투입과 은행권에 대한 상생금융 압박만으로는 서민금융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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