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소독제·햇빛으로 전자폐기물에서 순금 추출

2025-07-01 13:00:25 게재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팀, 친환경 추출법 개발

금광석과 전자폐기물에서 순금을 추출하는 친환경 기술이 등장했다. 이 기술은 수영장 소독에 쓰이는 용제와 햇빛을 이용해 독성물질 없이 전자폐기물을 보물로 바꿀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호주 플린더스대 저스틴 초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소금물과 자외선, 재활용 가능 고분자물질을 활용해 전자폐기물과 금광석에서 금을 추출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이 친환경 기술은 이른바 청산가리로 불리는 시안화물(cyanide)이나 수은(mercury) 같은 유독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금을 회수할 수 있다. 초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금광업부터 소규모 전자폐기물 재활용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가능하며 귀금속 회수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광석(ore)은 물론 낡은 컴퓨터의 CPU와 RAM, 실험실 폐기물 등에는 다양한 금 원료가 함유돼 있다. 여기에서 순금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시안화물이나 수은 등 독성물질을 사용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핵심 용출제로 수영장 소독에 쓰이는 염소소독제(TCCA), 소금물(NaCl 또는 NaBr 등)을 혼합해 사용한다. 이 용출제는 활성염소 또는 브롬화합물을 생성해 금(Au)을 Au³같은 금 이온 상태로 용해시킨다.

용해된 금 이온은 연구팀이 개발한 황(Sulfur) 성분의 특수 고분자(폴리머)를 통해 선택적으로 흡착된다. 연구팀은 고분자 흡착제가 자외선을 이용해 합성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성과라고 밝혔다. 이 고분자는 금만 골라 흡착할 수 있어 혼합금속 추출에 유리하다. 이렇게 흡착된 고분자는 열처리 또는 화학적 분해를 통해 금을 방출한다.

연구팀은 “회수된 금은 99% 이상 고순도 금블록 형태”라며 “스스로 분해되는 고분자를 모노머(고분자를 이루는 단량체) 상태로 재합성해 다시 공정에 재사용할 수 있다. 고분자의 순환적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용출 후 남은 용액의 주요 부산물인 시안산(cyanuric acid)은 생분해 가능하며 비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즉 오염물 없이 청정한 폐자원 처리가 가능한 친환경적인 구조라는 설명이다.

과학전문매체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전자폐기물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고체폐기물 중 하나다. 2022년 기준 약 6200만톤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2.3%만 공식적으로 수거돼 재활용됐다.

전자폐기물은 납과 수은, 다이옥신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유해폐기물’로 분류된다. 부적절하게 재활용되면 독성화학물질이 배출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공중보건상 우려가 큰 10대 화학물질’ 중 일부이기도 하다.

사이테크데일리는 “이번 연구의 핵심 혁신 중 하나는 재활용가능한 금 추출 용액을 수영장 소독제로 흔히 쓰이는 화학물질로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연구팀은 또 금을 추출한 후 결합시키는 고분자 흡착제를 자외선을 이용해 합성하는 새로운 방식도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초커 교수는 “이번 연구에는 다양한 혁신이 담겨 있다. 특히 수처리에 사용되는 화합물로 만든, 재활용가능한 용출제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잡한 문제일수록 학제간 협력과 산업계, 환경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실험실에서의 이번 발견이 실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여러 파트너와 협업중”이라고 밝혔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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