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번째 비상대책위…‘비상’ 언제 끝날까

2025-07-01 13:00:38 게재

‘관리형’ 자처 … “지도체제 변경” 의심

8월 전대 ‘그들만의 리그’ 전락 가능성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가 1일 공식출범했다. 윤석열정권(2022년 3월 9일) 이후 무려 7번째 비대위다. 지금까지 3년 4개월 동안 절반이 비대위 체제였다. 당내에서조차 “언제 비상상황이 끝나는 거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 ‘관리형’을 자처한 ‘송언석 비대위’의 앞날도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다. 당 지도체제 변경을 시도할 경우 거센 분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1일 전국위와 상임전국위를 잇달아 열어 ‘송언석 비대위’를 의결했다.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한다. 비대위원에는 원내 박덕흠(4선)·조은희(재선)·김대식(초선) 의원, 원외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과 홍형선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각각 선출됐다. 이번 비대위는 윤석열정권 이후 7번째다. 국민의힘은 ‘위기 아닌 위기’가 닥칠 때마다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 체제를 맞았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 3명은 전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사퇴했다. 대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비대위원장은 무려 7명이 배출됐다.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 40개월 중 절반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걸핏하면 ‘비상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비상상황’은 전부 윤 전 대통령과 친윤(윤석열)에 의해 초래됐다는 지적이지만, 7번째 출범한 ‘송언석 비대위’도 친윤 색채가 짙다는 점에서 당내 우려는 여전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마친 뒤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원내대표는 비대위 성격에 대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가 결정될 때까지의 한시적 의사결정 기구”라고 설명했지만, 당내에서는 비대위가 당 지도체제 변경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송 비대위원장이 꾸리는 혁신위가 쇄신 명분을 앞세워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려할 것이란 의심이다.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면 8월 전당대회에서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는다. 친윤 입장에서는 대표를 뺏기더라도, 최고위원들을 통해 대표를 견제하고 심지어 최고위원 사퇴를 통해 지도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의석수가 많은 친윤으로선 원내지도부만 장악하고 있으면 당권 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한 비윤 의원은 1일 “친윤 색채가 짙은 새 비대위가 혁신위를 앞세워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려 들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당권주자들이 지도체제 변경을 바꾸는걸 반대하는 게 변수지만, 친윤이 여전히 다수이기 때문에 지도체제가 변경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현재 차기 당권주자로는 김문수 전 노동부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재선 장동혁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도체제 변경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집단지도체제로 바뀐다면 일부 당권주자는 출마를 접을 것으로 점쳐진다. 자칫 8월 전당대회가 유력주자들이 불참하는 가운데 친윤이나 군소주자만 출마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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