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한 달’ 속도·성과·실용 키워드로 달렸다
“100일같은 한 달” … 첫날 비상경제점검으로 국정 스타트
속도전 벌인 추경·특검-성과 중심 내각 인선-실용 무게 둔 외교
인사·부동산 리스크 대응 주목 … 첫 한미정상회담도 시험대
“솔직히 한 달이 아니라 100일은 지난 느낌” 대통령실 한 참모가 ‘100일같은 한 달’을 보낸 소감을 털어놨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은 실용주의와 성과주의를 장착하고 빠르게 내달린 속도전으로 요약된다. 속도·실용·성과라는 3대 키워드로 이 대통령의 취임 한달을 돌아봤다.
①속도 = 이 대통령의 취임 첫날은 얼마나 속도전을 벌일지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4일 국회 취임 선서 후 용산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겨 김민석 총리 후보자 등 주요 인선을 발표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대선이 끝난 다음 날부터 바로 임기가 시작된 만큼 첫 시작부터 속도를 낸 셈이다. 취임 29일째를 맞는 2일 현재까지 19개 부처 중 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한 17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내각 지명 완료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정리더십이 6개월간 공백이었던 데다 계엄 이후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충격 등 외부 상황이 겹치며 국내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취임 첫날 1호 행정명령은 비상경제점검 TF 구성이었다. 이날 저녁 7시반부터 2시간동안 진행된 TF 회의에서 민생경제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취임 첫날부터 ‘야근’을 한 이 대통령은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며 국정 안정 및 정상화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지시로 곧바로 편성되기 시작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취임 15일 만이었다.
불법계엄의 과거를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한 특검 출범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취임 후 두 번째 국무회의(6월 10일)에서 국회에서 넘어온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을 심의·의결 후 곧바로 재가한 것은 물론 특검후보 추천 의뢰 및 임명도 최대 속도로 진행시켰다. 그 결과 3대 특검 중 내란 특검은 이미 가동되고 있고, 김건희·채해병 특검은 2일 현판식 후 본격 수사에 돌입할 전망이다.
②성과 = 성과주의, 특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빠르게 내야 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이 장·차관 인선을 하며 특히 강조한 부분이다. 특히 각 부처 차관 인선에선 기존처럼 ‘적폐청산’ 등을 강조하기보다는 기존에 이미 인정받던 유능한 관료를 기용할 때는 더욱 더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달 20일 두번째 차관 인선이 이뤄진 후 관가에선 전 정권에서 소위 잘 나갔던 인사라도 실력만 있으면 기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돌기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차관 인선을 공개하며 핵심 컨셉을 안정감과 변화, 그리고 즉시 성과를 꼽았다.
선거 때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 중 빠르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은 바로바로 실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 SNS를 통해 전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5개 시행령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후보 시절 국민께 드린 약속을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③실용 = 현역 의원들을 내각에 최대 규모로 기용하고 기업인 출신 파격 기용, 전임 정부 장관 유임 등의 인사는 성과주의와 함께 실용주의가 함께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념이나 진영과 관계 없이 유능한 인사를 적재적소에 써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실용’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초고속 데뷔전을 치렀던 정상외교와 각국 정상간의 통화 등 외교 노선에선 실용주의가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 한미일 협력을 주축으로 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선 척을 지지 않는 외교를 하겠다는 실용주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전 정부의 성과가 부각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취임 초 각국 정상간의 통화가 이뤄졌을 때 체코 정상과의 통화가 그런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의 성과로 볼 수 있는 체코 원전을 언급하며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은 양국간 협력을 더욱 확대시키는 시금석”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취임 100일 동안 가야 할 길을 압축적으로 한달 동안 내달린 만큼 그동안 관심을 덜 뒀던 리스크 관리에 이제 신경을 쓸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슈와 의제를 모두 주도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참모진들이 좀 더 나서서 속도조절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곧 무더기로 열리게 될 인사청문회에선 인사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이 얼마나 철저한 검증에 나서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검증결과에 따라 순하게 지나갔던 오광수 민정수석 낙마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
최근 혼선이 표출되기도 했던 부동산 관련 대응도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초강력 대출 규제를 내놓긴 했지만 얼마나 부동산 대책의 효과성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갈릴 수 있다.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첫 한미정상회담도 또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관세협상 등의 최대 현안을 어떻게 ‘윈윈’ 방식으로 풀 수 있을까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