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한 한국 전기차·태양광업체 타격

2025-07-04 13:00:02 게재

트럼프 대선공약 입법 완료

청정에너지보조금 폐지 확정

반도체투자 세액공제는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입법으로 지원하는 메가법안이 3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돼 한국기업들이 수혜받던 각종 청정에너지 보조금이 조기 폐지되거나 축소된다.

화석연료 예찬론자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관련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온 국내 전기차·배터리·태양광업계의 사업차질이 우려된다.

이날 하원에서 가결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각종 청정에너지 사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대폭 축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녹색 사기’라고 비난해왔다.

그 일환으로 백악관과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공약 등 주요 국정의제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IRA 보조금을 정조준했다.

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올해 9월 30일 이후 종료된다.

원래 법에는 2032년말까지 제공하도록 했으나 폐지시한을 7년 넘게 앞당긴 것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전기차 세액공제는 전기차를 북미에서 조립해야 한다는 요건을 법에 명시해 한국산 전기차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는 한미간 통상갈등으로 이어졌다.

우리 정부는 한국기업이 세액공제를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막대한 외교력을 투입했고, 그 덕분에 리스나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는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 등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로 상업용 전기차도 올해 9월 30일까지만 세액공제를 받게 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현대자동차와 한국 배터리 3사는 IRA 세액공제 혜택을 보려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대해왔는데 결국 전기차 세액공제는 사라지게 됐고,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에 그나마 다행인 건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의 경우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점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각종 세액공제가 축소되거나 지급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지면서 이번 법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그런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는 2032년 이후 폐지 예정이었으나 그 시점이 2027년말로 앞당겨졌다.

지급 대상도 2027년말까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제한했다. 다만 법안 발효 1년 이내에 건설을 시작한 사업은 2027년말까지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요건에서 제외했다.

앞서 상원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기업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지으면서 중국산 기술이나 부품 등을 사용할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으나 상원 최종 통과과정에서 삭제됐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패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한화큐셀 등 관련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편 반도체법에 근거해 미국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는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됐다.

2022년 말 이후에 가동하고 2026년말 이전에 착공한 시설에 제공하는 이 세액공제는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한 반도체법 보조금 계약을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받을 세액공제와 보조금의 총액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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