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재난 시대,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

2025-07-07 13:00:02 게재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올해는 6월 중순부터 폭염특보가 잇따라 발효되었고, 전국 80% 이상의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점차 극심한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는 이른바 ‘기후재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고 염려되는 것은 역시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다.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3000명이 넘게 발생했고 그중 30여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고령층, 만성질환자, 농작업자들에게 폭염은 더욱 가혹하다.

이번 달 2일 기준으로 2025년 전체 온열질환자의 30.6%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에 정부는 무엇보다 혹서기 취약계층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고령층의 안부를 생활지원사와 이통장, 자율방재단을 통해 확인하도록 하고, 기저질환자에겐 맞춤형 건강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쪽방촌에는 냉방기기, 응급쉼터, 물안개 분사 장치 등 폭염 저감시설을 확대 설치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다국어 안내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무더위쉼터를 6만7000곳 이상으로 확충하고, 도심 곳곳에 그늘막과 안개 분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 스스로도 폭염 대처요령 실천 당부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 스스로 폭염 대처 행동요령을 실천하며, 주변 가족과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일 때 폭염을 함께 이겨낼 수 있다.

무더운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시원한 장소를 찾아 충분한 휴식과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지난 1995년 여름, 미국 시카고에서는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 닷새 동안 739명이 숨졌는데 대부분이 독거노인이었다.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 지병이 있는 이웃, 바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는 등 작은 관심과 보살핌으로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폭염은 사람뿐 아니라 가축과 농작물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 고온으로 폐사하는 가축이 늘고, 과수나 채소가 피해를 입기 쉽다.

정부는 축사 냉방시설 설치, 과수원 차광망 지원, 고수온에 대비한 양식장 이동과 품종 전환 등으로 농축산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농가에서도 사전에 보험 가입과 예방시설을 점검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또한 폭염이 극심해질 경우를 대비해 각종 시설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에 정부는 전력 공급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며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도로와 철도 등 고온으로 인한 변형을 막기 위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과 가정에서도 냉방기기 사용 시 에너지 절약을 적극 실천하고,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안전신문고를 통해 주변의 위험 시설을 적극적으로 신고한다면 안정된 전력 수급과 시설 피해를 줄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폭염 취약 계층에 각별한 관심을

어쩌면 폭염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의 부주의와 무관심일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폭염의 시대 앞에서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각별한 관리와 우리 주변의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