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업 동참 활동가, 35억 배상 확정
현대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동참 4명 대상
대법,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심리 안 하고 ‘기각’
노동계 “노란봉투법 통과해야” … 현대차 “판결 존중”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동참한 노조 활동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노조 활동가들이 사측에 이자 포함 35억원을 물어줘야 한다’고 대법원이 확정했다.
이에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한 노조 활동가 A씨 등 4명에게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을 지난 3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사건을 따로 심리하지 않고 원심 판단대로 확정한 것이다.
A씨 등은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간 이어진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파업에 동참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울산1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같은 해 대법원이 현대차에 불법파견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조합원들 사이에 다른 노동자들도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사측은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를 맺지 않았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파업이 끝나자 사측은 조합원을 상대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 등 2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당초 피고는 노조 조합원 등 29명이었으나, 사측은 정규직 전환 제안을 받아들인 이들에 대해서만 소를 취하하고 A씨 등 4명에 대해선 소송을 계속했다.
1·2심은 노동자들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3년 6월 쟁의행위 가담 정도에 따라 손해액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특히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노조와 개별 조합원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노동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할 우려가 있다며 부산고법 판결을 파기하고 되돌려보냈다.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파업 손배 금액을 인과성을 면밀히 판단해 다시 산정하라고 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조합원 개인의 책임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수긍하면서도 A씨 등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35억원(이자 15억원 포함)이라는 사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별도 심리도 없이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회사가 지목한 대상자는 쟁의행위 결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주도자’로 보고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힘없는 노동자가 기업범죄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대법원이 판례라는 족쇄를 다시 한번 채운 셈”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집회에서 사회를 본 행위가 현대차에 35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만한 정도의 기여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국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당한 파업에 죄를 물은 결론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돈 앞에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모든 노동자가 정당한 파업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시대를 열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집행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김선일·한남진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