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신체활동 활성화

10년 간 아이들 운동시간 줄고 비만율 올라

2025-07-08 13:00:04 게재

체육수업 자습 대체 빈번, 안전 우려에 활동 제한 … 학교 기반 활성화에 보건당국 역할도 필요

아동·청소년의 신체활동 실천은 비만관리와 정신건강 증진에 필수 요소다. 하지만 비만율 및 신체활동 실천 지표는 지난 몇 년동안 악화되었으나 개선이 미미하다. 현재 학교를 기반으로 시행되는 아동청소년 신체활동 증진 목적의 정책에는 학생건강체력평가, 체육 교과과정 확대 및 내실화,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을 통한 스포츠활동 활성화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학교 안팎의 인력-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프로그램 간 연계가 미흡하다. 더욱이 아동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하는 접근이 없고 사고 발생 시 민원 발생 우려 등으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새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학교기반의 아동·청소년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교체육 중심에서 학교기반 통합적 접근방식으로 전환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해서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57호에 실린 ‘학교 기반의 아동청소년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통해 그 대안을 살펴본다.

아동·청소년기는 사망이나 질병 발생의 위험이 가장 적은 시기이다. 하지만 이때 형성된 생활습관은 그 이후 평생에 걸쳐 건강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 된다. 아동·청소년기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경 보사연 건강보장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정책이 교육 부문만의 소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가정 지역사회 등 학교 밖의 자원을 활용하는 건강증진학교 개념을 기반으로 아동·청소년기 신체활동 활성화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샤진 이미지투데이

◆신체활동 남학생 25.1%, 여학생 8.9% 불과 =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대표적인 신체활동 지표인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024년 기준 남학생 25.1%, 여학생 8.9%에 불과하다. 그 기간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동·청소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취해진 등교 중지 및 학교시설 이용 제한 조치 등을 겪으며 정상적 신체활동 실천에 제약을 받았다. 팬데믹은 종식된 뒤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이 시기 체력이나 운동 기능 등이 정상적으로 증진되지 못해 신체 발달상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여가시간이 좌식화되는 등 팬데믹의 영향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일상의 1/3 이상을 보내는 공간이다. 신체활동 증진을 포함해 다양한 건강증진을 위한 개입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생활터이다. 따라서 우선 아동·청소년의 신체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학교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초·중·고등학생들의 신체활동 증진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정책은 중앙 단위에서 △체육 교과과정 확대 및 내실화 △스포츠활동 활성화 △학교 내 신체활동 친화적 환경 구축 △건강지표 측정 및 평가 처방 제공 △지역자원 연계를 통한 신체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이 있다. 시도 교육청 단위에서는 △교내 건강 통합 프로그램 운영 △온라인·비대면 방식 신체활동 프로그램 확산 △교내 신체활동 확대, 신체활동 친화적 환경 조성 △학교 밖 신체활동 활성화 등이다.

이러한 정책은 2010년 초반 전후 기틀을 갖췄다. 이로 인해 이전의 학생신체능력검사를 대체한 학생건강체력평가 제도가 전면 시행됐다. 학교체육 강화 정책을 통해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이 제공돼 학교체육 모습이 변했다. 2013년부터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됨에 따라 학생 선수 외에도 일반 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를 보장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체육 수업, 학교 스포츠 활동 형식적 운영 = 여러 변화가 있음에도 현행 정책의 문제점이 곳곳에 지적된다. 우선 학교체육 활동 위주의 신체활동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다. 다수의 체육수업 및 학교 스포츠 클럽 활동 수업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교는 체육 전담교사 배치율이 2020년 기준 70% 미만이다. 담임교사의 체육수업 준비 부담이 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수업 시수가 체육수업 시수와 별도로 주 1~2시간 설정돼 있으나 다른 교과교사가 담당해 수업의 질이 저하되고 교사는 안전지도·감독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 때문에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 체육 교과에 대한 관심도나 체육 교과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낮다. 체육 수업이 자습시간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학교 스포츠클럽에 참여해 활동하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10% 미만으로 일부 학생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신체활동은 학생들의 전반적 생활양식과 관련된 문제다. 체육 교과 및 스포츠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교체육만 활성화 하면 학생들의 체력, 신체활동, 건강 수준 저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은 학생 건강이 교육당국만의 소관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건강체력평가 체계 안에서 개선해야 = 학교 내 아동·청소년 신체활동을 증진할 공간, 시설,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안의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프로그램을 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정규 수업보조,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수업 진행, 학교스포츠클럽 지도를 감당할 스포츠 강사가 모든 학교에 배치되지 않아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 운동장 트랙 구비나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등 교사들의 의견이 나온다. 일부 학교는 운동장이 협소해 학년별로 구획을 나눈다든지, 운동장 사용 요일을 지정해 운동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유로운 신체활동이 제한된다.

아동·청소년이 운동이나 신체활동을 하는 주된 이유는 ‘재미있어서’로 조사된다. 하지만 흥미유발 전략으로 도입된 스포츠활동은 일부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스포츠에 흥미나 소질이 없는 학생은 배제된다는 문제가 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서는 더 흥미를 찾기 어렵다.

학생건강체력평가는 실상 학교 현장에서는 1년에 한두번 체력 영역을 측정하는 데 그치고 있어 기존 체력장 제도를 답습하고 있다. 학생건강체력평가는 서로 다른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기획됐지만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각 프로그램들은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교사의 업무 부담은 가중됐다.

민원 발생 우려로 인해 아동·청소년의 신체활동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안전사고나 상해가 발생할 경우 교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민원이 발생한다. 학교는 민원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체육관 폐쇄, 체육대회 폐지, 뛰지말라거나 끝까지 도전하지 말라는 메시지, 운동장에 나가는 순번이나 운동장 구획 또는 사용 규칙 등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학교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청소년의 신체활동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전체 학생,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밝혔다.

학생의 건강 증진 및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된다. 학생의 신체활동, 식생활, 정신건강, 금연, 절주 등 각각의 건강 영역이 서로 연계돼 있음을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건강증진과 신체활동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학교 안팎의 인적자원, 공간 및 시설 등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일반 학생의 신체활동 활성화를 위한 환경 지원과 흥미유발 전략이 필요하고 학생건강체력평가 체계 안에서 학생들의 체력과 건강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부연구위원은 “건강이나 체력 증진 목적의 신체활동 프로그램 내용을 구성하고 인력지원, 프로그램 효과성 평가 등에 보건당국의 역할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규철·김기수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