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시대, 수산자원의 과학적 해법 필요하다
올해에는 7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30℃를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 오전부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폭염 재난문자에 몸이 움츠러든다. 이런 무더위는 우리 인간에게도 재난이지만 바닷속 생물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시련이다.
여름철에 연안 수온이 빠르게 높아지면 유영 능력이 떨어지는 정착성 어류나 어린 물고기들은 생존이 어려워 수산자원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렇듯 해양환경이 급변하면서 어업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해양환경이 수산자원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뚜렷하다. 매년 약 16만 톤씩 어획되던 멸치는 지난해 12만 톤으로 감소하였으며, 최근 5년 평균 대비 26% 감소했다. 1999년 25만톤으로 연근해어업 생산량 1위를 차지했던 살오징어는 작년에 고작 1만3000톤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57년간 전 세계 바다의 표층수온은 평균 0.74℃ 상승했지만, 우리 바다는 2배 이상 높은 1.58℃나 올랐다. 그 여파로 1980년대에는 연평균 151만톤에 달했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점차 감소해 지난해에는 84만톤으로 줄었다. 이는 1971년 이후 53년 만에 최저 생산량이다.
한류성 어종 점점 보기 어려워질 것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은 연근해 수산자원의 과거와 현재를 조사해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 바다 생태계는 매우 복잡해서, 해역별 어류 군집, 먹이망 구조, 어종별 서식 특성 등 광범위한 생태 정보 수집이 필수다.
이를 위해 해양환경 모니터링, 알과 어린 물고기 분포 조사, 트롤어획조사, 과학어군탐지 등 다양한 조사 방법을 활용해 장기적인 수산자원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기·지역·어종별 변화와 이동 현황을 파악하고, 모델링을 통해 미래 서식지 변화까지 예측하고 있다.
예측 결과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멸치와 살오징어는 앞으로도 우리 연근해에서 서식 가능한 해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도루묵이나 임연수어 같은 한류성 어종은 점점 식탁에서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사라지는 어종이 있으면 새로 나타나는 어종도 있다. 잿방어, 벤자리, 놀래기류와 같은 아열대 어종은 점점 더 우리 바다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새로운 어업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부터 ‘기후위기 대응 아열대화 진단 및 예측기술 개발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우리나라 전 연안의 아열대화 진행 수준을 파악하고, 수산자원 변동을 체계적으로 진단하려는 시도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치망 어획물 분석, 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에서 DNA를 추출하는 eDNA 기반 해역별 생태정보 수집 등 최신 연구 방법으로 아열대 지표종의 서식 밀도와 회유경로를 분석한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수산업은 이제 해양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어종과 어장의 변화에 맞춘 조업기술 개발과 유통 체계 개선 등이 시급하다.
해양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또한 어장 이전과 기타 어업은 업종 전환 등 다양한 정책적 전환과 어업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병행되어야 한다.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수산자원 관리 정책과 제도를 어업인들이 신뢰하고 준수한다면, 기후위기의 바다에서도 지속 가능한 어업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