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환자 추행 한의사 징역형 집유

2025-07-08 13:00:02 게재

1심 “고의 단정 어려워” 무죄 → 2심 유죄 → 대법 확정

대법 “일반적 진료행위 수단·방법 타당한지 고려해 판단”

진료 중 환자의 은밀한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명령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8월 19일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방문한 48세 여성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마친 후 소화불량을 진찰한다는 명목으로 가슴 부위를 손가락으로 4~5회 누르고, ‘치골을 보겠다’고 말하며 치골 부위를 촉진하다가 환자의 음부를 4~5회 눌러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는 한의원 진료 경험이 많은 환자로, 당시 상황에 대해 “A씨가 손가락을 세워 음부를 4~5차례 눌렀다”는 등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환자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의 범위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의도 하에 이뤄진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1심은 한의학회 자문 회신과 검찰청 의료자문위원의 진술 등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가슴 부위 또는 음부에 닿은 것이 추행 목적에 기한 고의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골 부위를 추행했다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음부를 손가락으로 눌러 강제로 추행했다는 것”이라며 “치골 부위에 대한 진료행위의 타당성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도 의료진의 주의의무를 강조했다. 특히 “여성 환자의 치골 부위는 음부와 근접한 민감한 부위이므로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를 상대로 직접 치골 부위를 촉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피고인은 간호사를 입회시키거나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환자의 내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이 필요한 경우 의료인이 준수해야 할 주의의무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의료인의 신체접촉 행위가 추행인지 여부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환자의 성별, 연령, 의사를 비롯하여 해당 행위에 이른 경위와 과정 △접촉 대상이 된 신체 부위의 위치와 특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진단·치료의 필요성 또는 위급성 △질병 등의 진단이나 증상 완화, 호전 등과 해당 행위의 연관성 또는 밀접성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의 객관적 상황 △그 행위가 해당 의학 분야에서 객관적·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진료행위로서 시술 수단과 방법이 상당하였는지 △사전에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진료의 내용과 내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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