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업 1등, 행복 꼴등’ 대한민국 아이들

2025-07-09 13:00:01 게재

한국 아이들은 행복할까? 한국 아동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럽연합(EU) 43개국 중 학업 성취도는 4위지만, 마음건강은 34위, 신체건강은 28위, 청소년 자살률은 42개국 중 5위다.(유니세프 이노첸티 리포트 카드 19호, 2025) 초록우산이 2016년부터 실시해 온 ‘아동행복지수: 생활시간조사’의 2024년 보고서에서도 학년이 높고 학습 시간이 길수록 주관적 행복감이 낮았고 주말까지 사교육에 내몰린 아동은 건강, 정서, 관계 전반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

공부는 잘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들은 청년이 되어서도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중요한 과제로 여기기보다 일찍 포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아동정책은 단순히 학업 성과가 아닌, 아동의 삶의 질을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향의 아동정책 개선을 제안한다. 첫째 통합적 아동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영국, 호주, 미국 등은 아동 권리와 복지를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을 운영하며, 특히 미국은 ‘Children’s Interagency Coordinating Council’을 통해 부처 간 협업을 제도화했다. 한국도 대통령 직속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설치와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분절된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

통합적 아동정책 수립 시급

둘째 학교는 지식을 넘어 행복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유네스코(UNESCO)의 ‘Happy Schools’ 프레임워크는 놀이·예술·사회정서학습(SEL) 통합이 학업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베트남, 일본, 태국 등은 이를 실천 중이며 한국도 ‘행복학교’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SEL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등 학교를 안전하고 즐거운 체험 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영국은 ‘Future in Mind’를 통해 학교 기반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도화했고, 브라질은 의료·복지·교육이 연계된 ‘CAPSi 센터’를 운영한다. 세르비아는 디지털 상담 플랫폼을 도입했으며, 미국은 ‘School-based mental health clinic’을 통해 학생을 지원한다. 한국도 학교와 지역 중심의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전문 인력 확충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조기 선별 및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넷째 놀이와 신체활동은 아동 권리이자 필수 발달 요소다. 핀란드는 학교에서 매일 15분 이상의 놀이 시간을 보장하고, 네덜란드는 ‘10분 거리 놀이터’를 운영한다. 반면 한국 아동은 보장된 놀이 시간이 없고 하루 평균 공부 시간이 2시간 45분인데 비해 순수 여가시간은 1시간 16분에 불과하다(초록우산, 2024). 가정·학교·지역에서 놀이 시간 확보와 관련 인프라 확대가 요구된다.

다섯째 아동의 정책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노르웨이·뉴질랜드는 아동 의회, 청소년 자문단 등 제도를 통해 아동 의견을 정책에 반영한다. 한국도 아동 자문 기구를 설치하고 모든 정책 수립 과정에서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동정책 기준은 학업 아닌 ‘삶의 질’

우리 사회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에는 여전히 관심이 부족하다. 이제는 ‘학업 1등’이 아니라 ‘삶의 질 1등’이 아동정책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동의 행복은 더 이상 가정의 몫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노충래 초록우산 아동복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