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계열 쏠림 현상 심화, 경쟁률·합격선 동반 상승

2025-07-09 13:00:12 게재

서울 주요대 종합전형서 생명계열 경쟁률 2배 이상 높아 … 상위권은 의약학 연계 전공·중위권은 낮은 학업 강도로 선호

최근 대입에서 생명과학·공학계열의 경쟁률이 심상치 않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관련 모집 단위에 지원자가 몰린다. 의약학계열 준비생들이 집중되 중상위권 진학 전략이 되지 않고 비교적 친근한 분야라는 장점 때문이다. 상위권은 의약학계열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도 경쟁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경쟁률과 합격선이 동반 상승하다 보니 수험생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렵게 진학한 후 교육과정이나 취업 경쟁력이 예상과 달라 당황하는 이가 많다는 후문이다. 생명계열 쏠림이 심화되는 지금, 생명계열 모집 단위의 경쟁률·합격선을 짚어보고 관련 학과 교수와 대학생·졸업생의 이야기를 통해 전공 선택과 진로 설계 시 미리 점검할 부분을 안내한다.

최근 생명과학 공학 관련 모집 단위에 관심이 쏠리면서 경쟁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우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최근 생명과학 공학계열 모집 단위의 경쟁률이 상당하다”며 “경쟁률이 타 모집 단위에 비해 높아 합격선도 높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장 교사는 “대학 관계자들이 다른 모집 단위를 지원했으면 합격할 성적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종합전형서 생명계열 경쟁률 두드러져 = 서울 주요 대학 생명과학 공학계열 모집 단위의 종합전형 경쟁률은 평균보다 훨씬 높다. 고려대는 생명 관련 모집 단위가 생명과학부 생명공학부 화공생명공학과 바이오의공학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등 다양해 지원자가 분산되고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높다.

성균관대 역시 융합형 2025학년 경쟁률 평균은 26.51대1이었는데 생명 모집 단위가 속한 자연과학계열의 경쟁률은 41.73대1이었다. 탐구형 역시 평균 경쟁률은 20.02대1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경쟁률은 30.82대1로 평균 경쟁률과 차이가 컸다.

한양대는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과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등 관련 모집 단위가 다양하다. 2025 수시 모집 결과 종합전형에서 의예과에 이어 전기생체공학부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생명과학과가 뒤를 이었으며 생명공학과 역시 경쟁률 5위를 차지했다.

중앙대는 서울 캠퍼스의 생명과학 공학 모집 단위가 생명과학과뿐이라 매년 놀라울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2024학년 기준 중앙대 CAU융합형인재의 평균 경쟁률이 25.69대1이었는데 생명과학과는 90.00대1이었을 정도다.

서울 주요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생명과학 공학계열 모집 단위 지원자의 학생부가 우수하다”며 “의약학 계열을 목표로 학교생활을 한 지원자가 매우 많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영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의학 약학 수의학 등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의공학 생명과학 분야 연구직에도 관심이 많아졌다”며 “생물학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는 데다 응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의약학계열을 목표로 하는 상위권 학생 중에는 공학계열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중위권에서는 어려운 물리학보다는 친숙한 생명과학 중심으로 과학 공부를 하면서 생명 계열에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쟁률만큼이나 합격선도 높다. 한양대 종합전형 서류형의 최근 3년간 최종 등록자 내신 등급 평균을 보면 생명공학과가 2023학년 1.76등급 2024학년 2.12등급 2025학년 2.29등급이었다. 2023년과 2025학년 공과대학 모집 단위 평균 등급 중 가장 높았다.

지원자의 학생부 교과 등급을 산포도로 공개하는 경희대도 2025 네오르네상스에서 생물학과의 최종 등록자 50% 컷은 1.65등급 70% 컷은 1.78등급이었으며 평균은 1.87등급이었다. 생물학과의 50% 컷과 70% 컷은 자연계열 중 의예과 한의예과 치의예과 약학과 한약학과를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김윤현 중앙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중앙대는 생명계열 모집 단위가 대부분 안성 캠퍼스에 있고 서울 캠퍼스에서는 생명과학과만 선발한다”며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모집 단위다”라고 전했다.

장 교사는 “약학대학 편입을 염두에 둔 수험생은 생명과학과를 선호한다”며 “중앙대 CAU융합형인재와 CAU탐구형인재는 전형의 인재상이 명확한 데다 최상위권에서 중상위권까지 지원자 분포가 넓은 것도 경쟁률이 높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학과명 다른 교육과정, 모르고 진학하면 낭패 = 생명계열은 의약 전문직을 꿈꾸는 학생 수험생들이 쏠리면서 높은 경쟁률과 합격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막상 진학한 후 교육과정이나 취업 경쟁력이 예상과 달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최근 의공학 바이오공학 등 생명과학에 공학 기술을 융합한 학과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심원목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생명 공학 의학이 결합한 학문”이라며 “입학해서는 생명과학 화학 물리학 수학 등 기본 역량과 전공 핵심 역량을 키운 뒤 바이오전자정보 바이오메디컬재료 뇌과학 3가지 트랙 중 선택해 관심 분야를 깊이 탐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생명계열이라고 해서 생명과학만 배우는 것은 아니므로 고교 과정에서는 수학 물리학 화학 등 다양한 교과목에서 기본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경험해보지 않고서 본인과 맞지 않다고 단정하고 멀리하기보단 다양하게 배우고 경험해야 본인의 관심 분야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과 모집 단위마다 교육과정에 차이가 있으므로 지원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생명계열은 높은 경쟁률과 합격선으로 합격하기 어려운데 학부 졸업 후 취업도 녹록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장 교사는 “학생들은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직을 희망한다”며 “생명계열은 고령화 사회의 의학 기술 발전을 위한 미래 핵심 산업임은 분명하지만 학부 졸업만으론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교사는 “단순 업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대규모 바이오산업단지가 인천 송도를 비롯해 충북 오송 제천 등 지방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생명계열 기업의 규모나 특성상 연봉이나 복지가 학생들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도 “학부를 졸업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기업에 취업하기도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세부 전공으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학과 대학원 졸업 후 취업 시 업무에 차이가 있다”며 “연구 개발을 위해서는 대학원에서 전문 지식과 연구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희대 유전체학 연구실 석박사통합과정 권아영씨는 “생물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인 것 같지만 다양하다”며 “교직을 이수해 교사가 될 수도 있고 제약 회사의 영업직 품질 관리보증 등의 직무에 지원할 수 있으며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숙련된 연구원에게는 해외 취업의 문도 열려 있다”며 “실제 해외 기업과 협업해 연구를 진행하거나 해외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학력이 높아질수록 전공 분야가 더 좁고 깊어지기에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 능력과 일치율이 높아야 취업 확률도 높아진다”며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성 갖추려면 대학원 진학 필수 = 생명과학 공학계열에 진학한 학생들이 전문성을 갖추려면 대학원 진학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부 졸업만으로는 제약회사 등에서 단순 업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3학년 박현서씨는 “의공학은 융합 학문”이라며 “생명공학과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입학한다면 혼란스럽고 미래를 그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물리학이나 인공지능(AI) 기반 공학이 본인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공학을 선택한다면 전공 공부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학과만 해도 기본적인 컴퓨터 언어와 일반물리학 전자기학 등의 수업을 수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임상약리학교실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윤시연씨는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를 졸업했다. 윤씨는 “학부 졸업 후 당연히 취업을 먼저 생각했다”며 “그런데 대학 졸업 후 취업하게 되면 제약 회사의 경우 의약품 품질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업무나 의약품의 생산부터 출하까지의 과정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윤씨는 “연구직이나 자기 주도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려면 대학원 진학이 필수였다”며 “고민 끝에 임상약리학 쪽으로 대학원을 알아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전공 전문성을 생각한다면 대학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이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내가 전공한 의생명과학과는 다른 생명 관련 학과보다 의학 쪽의 개념을 좀 더 배운다”며 “생명계열이라도 학과에 따라 교육과정이 다르니 지원 전에 차이를 살펴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박씨는 “단순히 고교 수업 시간의 과학 과목별 공부 성향으로 학과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동아리나 대외 활동을 해보면서 학교 밖 경험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직업을 탐색해보는 것도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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