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병확보, 특검수사 탄력
허위 계엄문건 공범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국무위원 수사 확대 … 외환 수사도 속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의혹의 ‘몸통’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새벽 2시 7분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이로써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3주 만에 윤 전 대통령이 신병을 확보하고 그를 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는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방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비화폰 관련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 등이다. 최장 20일인 구속기간 내에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겨야 구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특검팀은 이들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보강하는 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윤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후 선포문 작성 및 폐기의 공범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적시했다.
강 전 실장이 계엄의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서명을 받아 계엄이 선포된 것처럼 허위 문서를 작성했고 여기에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 윤 전 대통령이 각각 서명했다는 게 특검 조사 결과다.
한 전 총리는 그동안 자신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고 주장했지만 사후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또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의 공범으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 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을 적시했다. 이들 역시 추가 조사를 거쳐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통령과 공범들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되면 특검팀은 외환 혐의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등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외환 혐의 수사에 착수했지만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조사할 양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투입을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의 지시’라고 했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한다고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VIP(윤 전 대통령)랑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발표 후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고 말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드론사가 추락 가능성을 알면서도 고의로 전단통을 달아 개조한 무인기를 띄워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북한 무인기 투입 의혹 뿐 아니라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자 북측에서는 오물풍선을 날려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이에 김 전 장관이 오물풍선을 띄워보내는 장소를 직접 타격해 북한을 자극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비상계엄 당시 정부 주요 인사들의 내란 가담 혐의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선포 다음날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이 주요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