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2.9% 오른 시급 1만320원
민주노총 퇴장 속 17년만 합의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중 최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0원(2.9%) 오른 시급 1만320원(월급 215만6880원, 209시간 기준)으로 결정됐다. IMF 외환위기에 출범한 김대중정부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중 가장 낮다.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이같이 결정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결정됐다. 표결이 아닌 노사공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8번째다.
다만 반쪽짜리 합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을 거부하며 이날 회의 도중 퇴장했다. 한국노총 측 5명만 남아 9·10차 수정안을 제시하며 격차를 좁혀 나간 끝에 노사공 위원 23명의 합의로 결정했다.
8일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으로 하한선 1만210원을 제시하면서 ‘2025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1.8%’를 근거로 들었다. 상한선 1만440원은 물가상승률(1.8%)에 2025년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2.2%)와 2022~2024년 누적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 간의 격차(1.9%)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중에서는 두번째로 낮다.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노태우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의 첫해 인상률은 김영삼 8%, 김대중 2.7%, 노무현 10.3%, 이명박 6.1%, 박근혜 7.2%, 문재인 16.4%, 윤석열 5.0%다.내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78만2000명(영향률 4.5%),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290만4000명(영향률 13.1%)으로 추정된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 후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노사 모두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국노총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그동안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내수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정부 첫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간 이해와 양보를 통해 결정된 만큼 정부는 이를 최대한 존중한다”며 “현장에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와 함께 지도·감독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남진·김형선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