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생에너지 확산시대, 에너지전환 디지털 기술로 푼다
올해 봄 제주도에서 또다시 태양광 발전소의 출력을 강제로 제한하는 일이 발생했다. 맑은 날씨에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했지만 전력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생산된 청정에너지를 버려야 했던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이 직면한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지만 현재의 전력망 구조로는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의 중앙집중식 전력망으로는 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처럼 출력이 일정한 대형 발전소를 전제로 설계된 기존 전력망에 변동성이 큰 태양광, 풍력 발전이 대거 연결되면서 전력 품질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대안이 바로 ‘지역분산전력망’ 구축이다. 지역전력망은 광역·시·군 단위로 소규모 지역전력망을 구성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우선 소비하고 남거나 부족한 전력만 기존의 전국 네트워크 송전망(백본망)을 통해 다른 지역과 주고 받는 시스템이다.
AI와 IoT가 만드는 똑똑한 전력망
지역전력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지능화’가 필요하다. 태양광은 구름이 끼면 출력이 급감하고, 풍력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이런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려면 인공지능(AI)의 도움이 필수다.
AI는 기상 데이터, 전력 사용 패턴, 과거 발전 실적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몇 시간 후 전력 생산량과 소비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전력망 곳곳의 상황을 파악하고 최적의 운영 방안을 찾아준다
물론 하루아침에 전국의 전력망을 바꿀 수는 없다.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은 전라남도(생산)와 광주광역시(소비) 같은 도시와 일부 산업단지에서 실증 시범사업을 계획하여 기술을 검증하면서 보완해 가야한다.
이후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주요 중소도시로 확산하고,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전국 권역별로 기존망과 지역전력망을 융합하여 분산전원 확대에 따른 ‘신전력망 운영체계’를 완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현재 전기사업법은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을 전제로 하고 있어 지역전력망 사업자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이런 제도적 걸림돌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전력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AI 기반 지역전력망 기술을 선도적으로 리딩 한다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도서 국가들, 아프리카의 오프그리드 지역, 중동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등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가 된 지금,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역전력망 구축과 AI 기반 지능형 운영은 이런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 핵심 동력이다.
전력시스템 혁신 자금 바로 시작해야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민간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결합된다면 우리나라는 전력시스템 혁신의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력망 혁명’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