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 '수직상승'
2018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증가 … 세계 전력수요 비중은 1.7%로 미미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이 2018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아직 전체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4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펴낸 ‘에너지와 인공지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설치된 데이터센터 용량은 2005년 21.4GW(기가와트)였다.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2018년 43.5GW를 기록했고, 올해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2030년 전력수요의 13% 차지 전망 = 2019년 51.6GW(18.6%), 2020년 59.7GW(15.7%) 2021년 66.9GW(12.1%), 2022년 74.1GW(10.8%), 2023년 83.2GW(12.3%), 2024년 97.1GW(16.7%) 등이다. 2025년은 114.3GW로 전년대비 17.7% 증가했다. 2005년과 비교하면 2025년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5.5배 늘어난 규모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이 데이터 저장과 인프라 수요를 견인하면서 증가세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또 IEA는 2025년 데이터센터의 세계 전력소비량이 485.4TWh(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 세계 전력수요의 약 1.7%에 해당하는 수치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 가까이 증가해 약 945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의 총 전력소비량(2023년 880TWh)보다 많은 양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데이터센터 설치용량과 전력소비량 모두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어 중국과 유럽이 뒤를 잇고 있다.
2024년 미국(180TWh) 중국(100TWh) 유럽(70TWh)의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세계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소비의 약 80%를 점한다.
IEA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세계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산업용 모터, 가정 및 사무실 에어컨, 전기차 비중보다 낮다.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긴 하지만 전체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생성형AI 서비스와 디지털전환 발전 속도에 따라 선진국-개발도상국간 차이는 극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20% 이상을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에서는 5% 미만으로 추정된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비중은 미국이 4.4%로 가장 많다. 이어 영국 2.5%, 유럽연합(EU) 2.3%, 중국 1.1%, 한국 0.8%, 일본 0.7%, 캐나다 0.7%, 인도 0.5% 등으로 나타났다.
IEA는 “미국의 경우 2030년말까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화학제품 및 기타 에너지 집약제품의 생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데이터센터에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컨설팅펌 매킨지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4년 180TWh, 2025년 224TWh에서 2030년 606TWh로 급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컴퓨팅 성능, 스토리지 수요, AI 모델의 전례없는 성장에 힘입어 2030년 미국 전체 전력수요의 1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 수도권 집중화 대책 시급 =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는 2013년 104개에서 2023년 150개로 44% 늘었다. 같은 기간 전력사용량은 2387GWh에서 4958GWh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4% 수준이다.
산업부는 “국내 데이터센터는 현재 입지의 60%, 전력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2029년까지 80%대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수도권 밀집은 송·배전망 접속 등 전력계통·수급에 어려움을 예고한다. 또 밀집된 지역에 화재·지진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데이터 손실, 인터넷 지연 등을 유발해 자칫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및 전력계통망 보강(에너지 고속도로)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