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책임소재 논란

MBK·홈플러스 “우린 무관”…피해자 “발행·유통 깊숙이 관여”

2025-07-14 13:00:04 게재

“대주주, 경영하지 않았다” … “MBK, 사실상 경영진 파견”

김기동 변호사 “기업회생, 경영 실패 면책 수단 활용 안 돼”

최근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밝힌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관련 입장에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피해액을 전액 변제하겠다는 당초 입장과는 달리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다.

14일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등에 따르면 최근 MBK 관계자가 KBS ‘추적 60분’에 출연해 ‘대주주는 오너가 아니고, 경영하지 않는다. 회사의 의사결정은 경영진의 판단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유동화 거래와 관련해 ‘홈플러스와 신영증권, 신용카드사들 간의 거래일 뿐, MBK가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책임론에도 선을 그었다.

같은 방송에서 홈플러스측도 ‘ABSTB의 발행과 유통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사실상 증권사와 신용카드사에 책임을 넘겼다.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자들은 MBK와 홈플러스가 ABSTB 발행·유통에 깊숙이 관여한 근거가 있는데 발뺌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먼저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경영진 구성을 근거로 제시한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홈플러스를 인수 직후인 2015년 10월경부터 홈플러스의 이사로 재임하다 2024년 1월 31일에는 대표이사로서 직접 경영을 맡았다. 게다가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 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 7인 중 4인과 감사 역시 MBK 현직 임원이었다.

또 김 부회장과 이진하 MBK 부사장(당시 MBK 파트너)은 롯데카드를 인수한 직후인 2019년 10월쯤부터 롯데카드 이사로 취임하고, 현재까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소속돼 경영진 구성에 관여해 왔다.

특히 이 부사장은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을 겸임하면서 계열사 기업구매전용카드(구매카드) 사용과 ABSTB 발행 등 주요 리스크 관련 사안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MBK가 인수한 기업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며 경영에 밀접히 개입해 왔다는 것은 경영진 구성만 살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대주주는 경영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실제와는 거리가 먼, 책임 회피를 위한 이론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 대한 질문에 MBK측은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사건 관련, MBK 엄벌과 피해회복을 위한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 물품 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MBK·홈플러스 경영진 책임 규명 시급” = 피해자들은 또 ABSTB 발행 구조를 보면 홈플러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BSTB는 홈플러스가 신용카드사에 지급할 구매카드 이용대금을 기초로 발행됐다. 즉,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구매카드 이용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원리금을 상환 받을 수 없는 구조로, 최종적인 지급 책임은 홈플러스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실제로 ABSTB 발행 주체인 특수목적회사(SPC) 의 신용등급 역시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산정됐다”면서 “피해자들은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를 반영한 신용등급을 신뢰하고 이를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관계를 고려하면, 홈플러스가 돌연 ABSTB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ABSTB 발행 전후 홈플러스가 보인 행보에도 주목한다.

홈플러스는 2022년 7월쯤 현대카드, MBK 계열사 롯데카드와 계약 해지 조건(Rating Trigger) 신용등급을 기존 ‘A3+ 미만’에서 ‘A3 미만’으로 완화하는 새로운 기업구매전용카드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홈플러스 신용등급은 한달 뒤 ‘A2-’에서 기존 계약으로도 구매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A3+’로 하락했다.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한 홈플러스가 사전에 해지조건을 완화했다는 것이 피해자측 의심이다.

신용등급 하락에도 2023년 1월 5일 SPC인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설립돼 ABSTB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구매카드 사용액은 2022년 5926억원에서 2024년 1조714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ABSTB 발행 과정에 개입하며 이를 활용해 실질적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라는 것이 피해자측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도 MBK와 홈플러스, 롯데카드 경영진에 대한 책임 규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동 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기업회생절차가 이미 발생한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 등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들의 형사적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만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안이 마련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향도 분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금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변호사는 ABSTB 피해자들의 위임을 받아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카드사와 계약을 맺었을 뿐이고, 그 이후에 카드사가 신영증권과 계약을 맺고 증권사가 SPC를 세워서 ABSTB를 발행해 재판매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단채 상환의 주체는 증권사”라고 밝혔다.

◆롯데카드도 수사 대상 포함 = 이런 가운데 MBK와 홈플러스 수사가 롯데카드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최근 롯데카드도 피해를 키우는 데 가담했다는 고소·고발이 접수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 경영 실패가 아니라, MBK 차원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벌인 조직적 금융 범죄”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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