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환자 모니터링 실증
한국형 ICT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모델 '수출 성공'
고혈압·당뇨병 관리율 85% 확인 … 칠레 공공의료 서비스 ‘디지털화 우수성과’내고 남미국가 추가 요청 잇따라
인구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만성질환 환자의 혈압과 혈당 관리는 저조하다. 이에 진료비가 급증하고 국민과 국가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늘고 있다. 경증 질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만성질환 관리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주권정부는 일차의료 강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해서 기존 만성질환관리사업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왔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 구축 및 고도화 사업이 추진됐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을 임상에 적용함으로써 의료진 및 환자에게 시공간의 제약 없는 지속적인 의료서비스 경험 및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의료비 절감과 건강증진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 2024 보건의료 연구개발 사업에서 추진된 ‘일차의료 기반 만성질환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 모델 고도화 및 실증’ 과제(2020년 ~ 2023년) 결과를 보면 만성질환 환자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높은 기대수명에 비해 부족한 의료자원과 높은 흡연율, 비만율 및 만성질환 이환율로 의료서비스 개선이 필요했던 칠레 정부를 대상으로 공공의료서비스를 디지털화하고 이에 대한 정책수립 및 제도 개선을 지원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한국형 ICT 만성질환관리 서비스 모델이 수출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ICT 기반 만성질환관리 서비스 사업의 가치를 높였다.
15일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미래헬스케어본부 본부장)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은 기존 일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이 가진 문제점과 급변하는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ICT 활용 일차 의료 만성질환 환자 관리 모니터링 서비스 모델 고도화 사업’을 추진했다.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및 헬스케어 전문가 등 연구진을 중심으로 심리학적 이론을 근거한 건강행태변화를 유도하는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서비스 제공자(의료진)의 편의성과 환자 관리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환자용 앱과 관리자 의료진용 웹)을 설계했다.
또한 근거기반 서비스 모델 개발 및 6개월간 실제 일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대상 대규모 실증(1000명)을 통해 일차의료기관 현장에서 이용자·제공자가 쉽고 편하게 사용을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했다. 이후 서울 6개 지역 8개 의원 대상 대규모 시범사업 실증을 추진했다.
실험군(ICT 기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제공군) 540명과 대조군(기존 일차 의료기관 이용 환자) 502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서비스 제공에 따른 전후 비교 및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여 본 사업 참여자 81%가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성공적 성과를 기반으로 2023년 8월 칠레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공공의료 서비스 디지털화 등을 위한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수주해, 국내 최초 정부 R&D 사업으로 개발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해외에 수출했다.
◆국내서 효과성 검증한 국내 모델 해외 정책 반영 = 만성질환 환자 관리에서 중요한 생활습관 모니터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진료의 경우 진료를 보는 시점에서 환자의 상태와 짧은 문진만으로 약 처방 및 건강관리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블루투스 기반 혈압, 혈당, 체지방 연계형 만성질환 관리 환자용 앱 개발과 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중재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진용(관리자용) 웹을 개발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등으로 일차의료기관의 역할 강화가 중요한 상황 속에서 주치의라는 신뢰성을 주고 지속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장치로서 이번 서비스 모델의 효용성을 검증했다.
경기도 광명시의 ‘고혈압 당뇨병 등록관리 사업’의 등록관리 1년 차 고혈압 조절률 78.7% 대비 85.5%로 높은 혈압조절율을 확인했다. 본 과제를 통해 개발한 ‘ICT기반 만성질환환자 관리 서비스 모델’을 적용한 대규모 시범사업 실증에서 고혈압 환자의 평균 혈압조절율은 85.5%, 당뇨 환자의 평균 혈당조절율은 77.1%임을 확인했다.
보건소 방문 건강관리사업 참여자 대상으로 6개월 전/후 혈압개선 효과 비교 시 수축기혈압 2mmHg 하강, 이완기 혈압 8mmHg 하강해 본 과제의 수축기혈압 개선도가 더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ICT를 활용한 공공형 M-Health사업의 건강개선 효과평가를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6개월간 모바일 앱과 기기를 활용해 건강관리한 결과 수축기혈압 3.04mmHg, 이완기 혈압 0.92mmHg로 감소했다. 공복혈당 1.04mg/dl 증가, 중성지방 0.07mg/dl 증가로 본 과제 대비 개선 효과가 미비했다.
미국 노스 캘리포니아 CDSMP(Chronic Disease Self-Management Program)고혈압 조절률에 관한 연구를 보면 18~70세 고혈압 진단을 받은 여성 90명 대상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두 그룹(치료군-대조군) 모두 식생활, 신체활동 개선, 과체중관리, 적절한 약물치료 등과 관련된 교육 활동을 받았다. 다만 치료군은 1~3개월 동안 PI로부터 문자메시지를 통해 매주 코칭, 4~6개월 동안은 격주로 코칭을 받았다. 대조군은 코칭을 받지 않았다.
이후 연구를 완료한 두 그룹 참가자의 60%가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군과 대조군 그룹을 비교하였을 때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만성질환 관리 효용성 높이는 AI 맞춤 중재 솔루션 개발 = 기존 환자관리 시 여러 환자의 지표에 대한 분석 및 관리에 따른 의료진의 피로감과 부담감이 발생하며 의료진 역량에 따라 환자 개별 맞춤형 중재가 아닌 익숙한 내용에 대해서만 반복적인 중재를 제공하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는 환자 데이터에 대한 인공지능 자동화 분류 및 분석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또한 잘못된 데이터 분석과 모니터링으로 인해 환자에게 건강관리정보를 제공 및 중재 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지표 관련 영향도 및 의료진의 피드백 내용에 대한 상관관계를 분석해 ‘중재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는 환자 데이터에 대해 머신러닝을 통해 관리 방향에 대한 군집화와 데이터 해석이 가능하다. 서비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환자에게 제공되는 중재 콘텐츠에 대해 의사가 최종 검수하고 승인하는 검증 프로세스 개발해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한편, AI 활용 자동화 모델 구축을 통해 환자 데이터 분석 및 맞춤 메시지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케어코디네이터 1인이 관리 가능한 환자 수가 증대했다. 경제성 평가 시 케어코디네이터 소요시간 조사 기준 자동화 모델 구축 전 관리 가능 환자 수 100명에서 자동화 모델 적용 후 200~250명으로 늘어 2~2.5배 효율성을 높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AI 자동 추천 알고리즘 관련 추가 특허 1건을 2022년 4월 출원 완료했다.
◆국외 후속 정책연구 확산에 기여 = 칠레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사업을 통해 공공의료 서비스 디지털화에 지원하고 본 우수성과에 대한 대내외적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근 파라과이 등에서도 국내 ICT기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모델을 정책적으로 도입하고자 협력방안에 대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헬스케어 R&D 사업으로 구축된 한국형 건강관리 서비스 모델을 해외에 확산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ICT 기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모델을 칠레에 적용함에 따라 칠레 디지털 공공의료 서비스 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에 기여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국가간 협력 기회를 마련했다.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KSP사업은 이후 개발 협력사업 및 민간기관 경제협력으로 연계 시 사업 효과성이 극대화되며 이를 통해 유관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지원 및 경제협력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한 양국 주요기관 간 양해각서 체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 개발 협력사업과 연계, 민간기관의 직접투자 등을 통해 양국의 공동번영을 도모할 수 있다.
강재헌 교수는 “국내 ICT기반 만성질환관리 기술의 우수함은 이미 검증됐고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여러 제도 미비로 국민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새정부에서는 전향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