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우정 사회서비스
초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문제이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2024년 기준 228개 시군구 중 89곳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기준에 따른 소멸 위험 지역은 121곳으로 전체 시군구의 53.1%에 달한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인구나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방소멸이 심각한 이유 중 하나는 농촌, 소도시 지역부터 의료, 교통, 교육 등 필수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이 빠르게 저하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기업도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경제적 활력이 감소하고, 세수 감소로 투자 부족으로 생활 필수시설의 유지·보수조차 불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초래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의 공동화는 지역의 생활 수준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고, 이는 다시 지방소멸 위기를 가속하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필수 서비스 공동화 대응전략 시급
정부는 지난 2023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지역 주도로 ‘인구감소지역대응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될지는 의문이다. 인구감소와 산업의 위축으로 지역의 세수는 감소하는 반면, 새로운 대책 시행하면서 소요되는 인력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용은 증가하는 구조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와 생활서비스의 지속성과 접근성 확보 문제는 아직 범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의 인구감소가 초래할 필수 서비스의 공동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적인 우편서비스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구감소로 인해 민간서비스가 철수하고 중앙과 지방의 서비스조차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체국은 서비스 공백으로 인한 접근성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국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은 지역의 우편망을 활용해 다양한 필수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보다 먼저 빠르게 고령화와 지방공동화가 진행된 일본은 독거노인 증가와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우체국 직원이 정기적으로 고령가구를 방문하는‘우편국 안부 서비스’와 ‘응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우편 인프라를 활용하여 교통이 불편한 농촌지역 고령자에게 방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식사 및 약을 배달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호주도 우체국을 활용하여 민간은행 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익일특급 배송망을 활용하여 의약품 및 생활필수품을 공급하고 있다.
우체국 인프라 활용은 세계적 추세
우체국은 기존의 물류·금융을 넘어 복지·사회서비스 제공 주체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에 따르면 우체국 인프라를 활용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많게는 60여개 이상에 달한다. 우체국 기능이 지역의 정부서비스 창구이자 건강, 교육, 취약계층 지원,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은 이제 전 세계적 추세이다.
우체국은 국가의 기간 통신망이다. 하지만 지역의 인구감소와 공동화, 이로 인한 필수 서비스의 축소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정 서비스 변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필수 서비스의 유지를 위해 새로운 인프라나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기존의 체계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새정부는 우체국을 활용하여 사각지대 없는 공공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물류·금융 중심의 기존 우정사업본부 체계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 간 협력,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우편 인프라를 활용한 공동화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과학기술통신부 소속 본부 체제를 벗어나 자체적인 기획·예산·사업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인구감소의 위기, 지역공동화와 필수 서비스의 공동화 위기의 현실적인 극복을 위해 우정사업과 조직 구조의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창원 한성대학교 총장
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