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법 ‘진흥’ 무게 …‘안전성’ 걱정하는 진보진영

2025-07-16 12:59:59 게재

‘AI 3대 강국’ 목표 제시하며 배경훈 후보 규제 완화 시사

참여연대 민변 등 국정기획위에 “적정수준 규제 필요” 전달

“‘AI=성장동력’ 시각 우려, 시민보호 조항 더 보완돼야”

이재명정부가 잡은 핵심 성장동력인 인공지능 전략과 관련해 ‘진흥’쪽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을 우려하며 규제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6일 국정기획위 핵심관계자는 “이미 통과된 AI법도 재검토 대상”이라며 “AI 3강 국가로 가기 위해 필요한 질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규제보다는) 진흥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핵심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규제나 기술 개발에 따른 규제가 우선은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규제 체계 자체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고 개별 법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손을 봐야 될 것인가는 별도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는 기업가 출신들에게 AI정책 수립과 집행을 맡기면서 ‘규제’를 후순위로 미룬 채 ‘진흥’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G AI연구원장 출신의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인공지능(AI) 기본법의 과태료 부과 조항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2~3년내 AI 3대 강국 진입’과 ‘내년 독자기술에 의한 ‘소버린AI’ 개발 등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AI 산업 진흥 측면에서 AI 기본법의 과태료 부과를 일부 유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을 맡았던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역시 최근 내놓은 책 ‘AI전쟁 2.0’을 통해 안전성 등을 고려한 규제보다는 진흥쪽에 주력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 인공지능 TF팀은 지난 2주동안 공약 내용을 토대로 이재명정부의 인공지능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기반이 되는 비전을 설계하고 국정과제를 기획, 조정했다. 그러고는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간담회와 현장방문에 나섰다. 전날 간담회에서 산업계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와 관련한 저작권, 개인정보 규제 혁신 △분야별 인공지능 개발·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실증·상용화 지원 등을 제안했다. 학생, 연구자, 소비자를 대표하는 참석자들은 △인공지능 핵심인재 양성 및 유치를 위한 병역특례와 비자 제도 개선, 학생 인건비 상향 등 유인책 제공 △산업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 인재양성 지원 △학교 등 연구 현장에서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인프라 지원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지원 확대 △현재 인공지능 수준을 뛰어넘는 범용인공지능의 핵심 원천기술 개발 지원 등을 요구했다. 반면 지난 14일 간담회에서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인공지능(AI) 위험 대책 수립에 대한 정책 제안과 함께 인공지능(AI) 개발·활용 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적정 수준의 규제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지속적으로 현장 의견을 심도 있게 검토해, AI 3대 강국 도약, AI 기본사회 실현 등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국정과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노동당은 “배 후보자가 유예해야 한다고 말한 규제는, 이용자에게 AI 서비스라는 것을 미리 고지해야 하고 해외법인은 국내 책임자를 둬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정부가 사업자를 조사할 수 있고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라며 “매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규제이다.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EU의 AI법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AI가 우리 사회와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우리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렇기에 정부는 산업진흥을 위한 노력과 함께 AI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통해 기술이 사회에 이롭게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AI를 성장동력으로만 보는 이재명정부의 기조가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경제정책은 그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에 복무해야 하고, 기업과 기술 정책은 경제 정책의 일부분일 뿐이며, 적절한 규제는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낸다”며 “기술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들이 더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AI가 워낙 민감한 기술이어서 규제 체계를 합리화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안전 관리에 대한 것도 좀 고민하긴 해야 된다”며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적정한 규제가 있어야 그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기획위에서 진흥과 규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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