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국토관리, 칩워 시대의 경쟁력이다

2025-07-17 13:00:01 게재

2022년 대만에서 발생한 규모 6.4의 지진은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의 일부 생산 라인이 일시적으로 멈추자 스마트폰·자동차·컴퓨터 등 전 세계 산업이 요동쳤다. 대만의 자연재해가 우리의 일상까지 흔들 수 있는, 이른바 ‘칩워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크리스 밀러의 저서 ‘칩워’에서 설명하듯, 현대 세계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기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반도체 제조, 일본은 핵심 소재를 담당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만의 TSMC는 전 세계 반도체 위탁 생산의 60%를 책임지고 있으며 530개 기업을 위해 1만2000종 이상의 반도체를 만든다. 이 회사가 위치한 대만 남부 지역은 문자 그대로 현대 문명의 심장부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준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국토가 국가 생존과 발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름진 농토나 석유, 철광석 같은 지하자원이 국가 경쟁력의 척도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첨단 기술 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국토의 전략적인 지정학적 위치가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이다.

지정학적 위치가 국가 경쟁력 새 기준

최근 아마존이 울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결정한 것은 국토의 지정학적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아마존이 울산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가진 ‘데이터’ ‘전력’ ‘반도체’라는 세 가지 핵심 역량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기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 그리고 디지털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국토는 단순한 영토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1/4 이상이 바다보다 낮은 저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측량 기술과 체계적인 국토 계획을 통해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자 물 관리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싱가포르 역시 서울의 절반 규모에 불과한 작은 국토이지만,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도시 설계로 높은 삶의 질과 강력한 경제력을 확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이러한 국토 관리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LX는 전국 모든 국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하는 전문기관이다. 특히 토지 경계를 정확히 측량하여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국토의 효율적 관리를 지원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증대되면서 국토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드론, 인공위성, AI(인공지능)와 같은 첨단 기술은 실시간으로 국토의 변화를 감시하고 정확한 공간 정보를 구축해 재난을 미리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사태 취약 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침수 예상 지역 시뮬레이션으로 인명·재산 피해 예방 등의 노력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디지털 국토 관리 시스템은 미래 재난에 대한 예측과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칩워 시대 맞는 국토 관리전략 수립할 때

국토는 우리의 과거를 담고 있고, 현재의 삶을 지탱하며,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국토관리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특히 기후 위기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밀한 측량과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칩워 시대’에 맞는 국토 관리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이주화 한국국토정보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