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칼럼

정부조직개편, 에너지는 어느 부처에?

2025-07-17 13:00:01 게재

2020년 10월 문재인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에너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들도 속속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최고의 가치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교란하는 등 에너지를 둘러싼 환경을 급격하게 바꿔 놓았다. 미국 중동 등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들은 큰돈을 벌었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유럽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요금 대폭 인상과 함께 강제 절전까지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MMbtu당 2달러까지 떨어졌던 액화천연가스의 가격이 35배 수준인 70달러를 넘게 되었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었던 한전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기를 사올 돈이 부족해져 정전 발생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및 에너지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되, 에너지안보를 위해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신규 원전은 부지조차 정하지 못했고 노후 원전은 계속운전이 불투명하다.

산업·에너지·기후 한 부처에 있어야

이재명정부는 탄소중립 및 에너지안보에 성장이란 키워드를 추가했다. 낮은 에너지비용으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면서 주로 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도권의 주력산업에 나르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및 RE100 이행을 위한 산업단지 조성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품질이 높아진 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약화, 중국 및 미국보다 비싸진 산업용 전기요금, 경기 둔화로 인한 내수침체 등은 우리의 주력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 약화를 체감시키며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한 공장의 해외 이전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부처가 에너지를 담당할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를, 환경부에서는 기후를 분리해 새로운 부처인 기후에너지부를 만드는 것이 당초 대선 공약이었다. 2008년 영국이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기업부와 환경부를 합쳐 만들었던 기후에너지부가 중요한 모티브였다.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을 관장하는 상공부와 에너지를 관장하는 동력자원부가 2008년에 통합된 것이다. 그 이후 산업과 에너지는 한 부처 내에서 서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 적당하게 견제하고 경쟁하면서 에너지가 산업경쟁력 확보에 기여해왔다. 그 결과는 국가 주력산업의 눈부신 성장 및 선진국 진입이었다.

물론 에너지와 기후가 분리되어 있다보니 문제점도 있지만 에너지와 기후가 한 부처에 있다면 일관된 정책수립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기후에너지부보다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부문을 떼어 내어 환경부에 붙여 환경부를 키우는 이른바 기후환경에너지부 또는 환경에너지부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와 기후는 통합되겠지만 에너지와 산업이 결별하게 되어 새 부처는 산업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과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였다. 하지만 현재 영국 및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은 급격하게 약화되었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에너지비용 및 기후비용의 급격한 상승이었다.

영국은 기후에너지부 출범 후 전력도매가격 폭등, 전력공급시설 부족,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겪었다. 이에 영국은 2016년 다시 산업·에너지·기후 부문을 합친 대부처인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를 출범시켰다.

독일도 유사하게 2021년 경제기후보호부를 만들었다.

즉 영국 및 독일이 얻은 교훈은 산업·에너지·기후가 한 부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폐기되다시피 했던 부처 개편안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되게 논의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

산업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

물론 영국은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이젠 돌이키기 어려우니 서비스산업 위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2023년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를 3개의 부처로 개편했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반도체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없이는 성장은커녕 생존도 어렵다

부처의 형태가 산업경쟁력에 무슨 영향을 미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 및 독일의 제조업 쇠퇴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즉 에너지와 산업의 결별이 아니라 오히려 산업통상자원부에 기후를 붙인 대부처가 되어야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일관성 및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미래에너지융합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