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란 전쟁의 그림자, 한국의 딜레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전쟁의 여파가 한국에도 이미 심각한 도전을 주고 있으며 장차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국익에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위험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으로 차출되고 있는 정황이 지난주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되었다. 미국이 이란 공격을 구상하던 지난 연말 주한미군 포탄 유도키트 1000여개가 미 본토로 반출된 사실이 확인됐다.(3월 6일자 조선일보).
또한 지난달 하순 오산기지에 착륙했던 미군의 C-5, C-17 등 대형 수송기들이 이달 들어 이륙했다. 패트리어트와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 포대를 적재할 수 있는 이 수송기들의 비행경로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주한미군 전력을 중동지역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
그와 함께 이란전쟁에서 미군의 탄약이 부족하게 될 경우 한국에 배치된 합동정밀직격탄(JDAM, 일명 벙커버스터)과 육군전술유도탄(ATACMS)도 투입되고 심지어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무기의 지원을 미국이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한미군 차출 논란과 과장된 안보 불안
주한미군 전력이 조금이라도 변화(감소)할 기미가 있으면 한국은 지레 ‘공황’에 빠진다. 정부도 정치권도 언론도 대략 비슷하다. 조 현 외교부장관은 3월 6일 국회에서 주한미군 병력·장비 이동 여부에 대해서는 “한미간에 긴밀한 소통을 해오고 있다.” “제가 주한미군의 전력 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도 한미 연합방위 태세는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첫번째 얘기는 하나마나하고 둘째는 무책임하다. 셋째는 본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불가결한 ‘각주’다.
정당 간의 ‘논쟁’도 익숙한 풍경이다. 국민의힘이 3월 7일 주한미군 전력의 차출 가능성에 대한 보도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안보불안을 조장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양당 모두 ‘주한미군 변화 = 안보불안’이라는 고정관념과 한미동맹 절대주의라는 ‘신앙’을 확고히 공유하면서 정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냉정히 돌아보아야 할 것들은 따로 있다. 과연 주한미군 전력 일부가 중동으로 차출된다 하여 연합방위태세가 약해지는가. 아니다. 한국의 군사력은 수 년째 세계 5~6위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도 국방전략서를 통해 한국 방위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 단독으로도 대북억제력이 충분하다는 것이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군대를 모독하는 ‘자학’과 다르지 않다.
북한의 핵위협은 남아 있기 때문에 완벽한 억제가 아니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핵억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더욱이 주한미군의 변화가 자동적으로 핵우산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이 사안을 대비태세 약화와 안보불안으로 연결하는 논리는 허구다.
작년 8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패트리어트 등 주요 장비가 중동지역에 배치되었다가 복귀한 사실을 공식확인했다. 현재로서도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이란전쟁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2006년에 한국이 ‘존중(respect)’해 주기로 약속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본질적 문제다.
한국과의 사전 협의도 합의도 없이 미군의 자유로운 한반도 출입을 보장하는 근거가 굳어졌다. 더불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부합하도록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한국의 전쟁 연루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커지는 한국의 전쟁 연루 위험
작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총리는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종말’을 선언하면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위해 ‘중견국 연대’를 제안했다. 지난 3월 4일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총리가 미국의 이란 공격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둘 다 명연설로 평가받고 있다. 원문을 읽다보면 자꾸 중견국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떠오른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미국의 동맹국들이고 ‘중도’다. 우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더 잘 해냈고 못하는 여러 것들도 이루어낸 나라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