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정책의 사각지대, 스코프 3을 보아야 할 때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목표로 선언한 이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후변화영향 평가제,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 등은 국가 정책과 예산, 산업 활동이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탄소중립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기후변화영향 평가제의 대상은 에너지 개발, 산업단지 조성, 도시개발, 항만건설, 도로건설, 공항건설 등 건설 및 개발 부문이다. 기후변화영향 평가제의 평가대상인 건설 및 개발 부문을 보면 건설 중장비 사용에 따른 ‘스코프 1’(Scope 1, 온실가스 직접배출)과 현장사무소 등에서 사용하는 전력으로 인한 ‘Scope 2’(간접배출)가 주요 배출원이다. 하지만 건설과정에서 사용되는 시멘트 철강 레미콘 등 건설자재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이들보다 훨씬 배출량이 많음에도 ‘Scope 3’(기타 간접배출)이어서 제외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는 정부의 예산 및 기금이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전에 분석해 그 결과를 예산서에 반영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주요 감축 수단은 에너지전환 산업 건물 수송 등 10개이다. 현재는 온실가스 감축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영역에 포함된 분야는 국가 예산 집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정책적 실효성이 크지 않다.
시멘트·철강 ‘스코프 3’ 배출은 사각지대
반면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공 조달에서 건축자재의 비중은 14.3%로 단일 품목 중 가장 크기 때문에 이를 대상에 포함한다면 감축 실효성이 커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자재의 국내산 비중은 90% 이상이다. 건축자재의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Scope 3’에 해당하고, 영토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배출이다. 이들 제도에서 ‘Scope 3’ 배출을 제외하면 국내 건축자재 생산업체가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제도적 공백을 넘어 정책 효과와도 직결된다. 공공 건설사업에서 저탄소 자재 사용을 고려한다면 시멘트 철강 등 관련 산업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공정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탄소 규제 환경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청정구매제도와 EU 건설자재 규정에서도 건설자재 대상을 확대하면서 규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건설과 인프라 정책에서 ‘Scope 3’에 해당하는 ‘내재 탄소(embodied carbon)’ 관리가 중요한 과제이다. 건물과 인프라의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평가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방법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전과정평가는 원료 채굴부터 제품 생산 운송 사용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특히 ‘Scope 3’ 배출을 체계적으로 산정하는데 필수적인 도구이다.
내재 탄소 관리가 탄소중립의 핵심 과제
탄소중립은 단순히 목표를 선언하는 것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실제 배출이 발생하는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 도구를 설계할 때 비로소 효과적인 감축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 기후변화 관련 정책도 ‘Scope 1’과 ‘Scope 2’를 넘어 ‘Scope 3’까지 시야를 넓혀야 할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건설과 같은 주요 공공 투자 분야에서 전 과정적 관점을 도입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