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쇼크’에 소환된 에너지 안보…‘재생에너지 속도전’ 주목

2026-03-10 13:00:06 게재

에너지 수입 의존도 93.6%, 화석연료 폭등시 국가 경제 ‘직격탄’ 구조적 한계

재생에너지 ‘연료비 제로’에도 간헐성·낮은 이용률 발목 … 정부 곧 대책 발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뿐 아니라 산업계의 원료비 부담을 키워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계기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전환’의 추진 방식과 속도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유가폭등으로 불거진 ‘에너지 주권’ =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우려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6%에 이른다.

지난해 에너지수입 총액은 1393억 달러였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했던 2022년에는 2164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정세 변화가 국내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중동 리스크는 항상 존재해 왔으며, 우리나라의 중동 수입 비중은 원유 약 70%, 가스 약 20% 수준이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확대 정책을 강화했다.

다만 비싼 가스 도입 비용을 대체하기 위해 석탄 사용이 증가하는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과정에서 연료가 필요하지 않아 국제연료 가격변동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 셀 중국 의존도 96% … 해결과제 = 반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간헐성 문제를 안고 있다. 학술 연구(Anvari et al.)에서도 태양광과 풍력발전 출력이 기상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확인됐다. 이용률이 낮다는 점도 해결과제로 꼽힌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이용률(2024년 기준)은 연평균 14.4%, 풍력(육상·해상 포함) 발전 이용률은 20.3%다. 이용률은 월별·지역별 편차도 크다.

발전설비 대비 실제 발전량이 낮기 때문에 동일한 전력공급을 위해 더 많은 설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재생에너지 역시 핵심 소재와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태양광 발전은 밸류체인상 폴리실리콘(소재) → 잉곳·웨이퍼(부품) → 셀(태양전지) → 모듈(태양광 모듈) → 발전소(시스템) 순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잉곳·웨이퍼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셀과 모듈의 국산화율은 각각 3.9%, 30.7%에 불과하다.

특히 셀의 경우 국산화율이 2021년 35.1%에서 2025년 3.9%로 급감했고, 중국 의존도는 2025년 기준 96.1%에 달해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의 공급망과 비용 등은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지만 해상풍력 핵심부품 국산화율(부가가치기준)은 약 70%까지 끌어올렸다”면서 “태양광 생태계 활성화방안도 3~4월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년 넘는 송전망 건설 … ‘LNG’ 브릿지 역할 재조명 =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등 전력시스템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력망 안정성과 출력 조정 문제가 주요 정책 과제”라고 밝혔다. 전력망 확충은 주민수용성 문제에 따른 입지선정 지연과 인허가 문제 등으로 건설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망은 준공까지 150개월이 소요됐고, 동해안-수도권 500kV 송전선로 사업은 현재까지 96개월째 진행 중이다.

천연가스(LNG)의 역할 재조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NG는 석탄보다 탄소배출이 적고 발전 조정이 빠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환기(브리지) 연료로 꼽힌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는 LNG가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는 유연성 전원으로 재정의되는 추세다. IEA 역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가스발전이 전력 시스템 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보·가격·탄소중립 세 마리토끼 잡는 해법 찾기 =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정 에너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발전원을 조합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IEA는 전력안보 확보를 위해 △공급 안정성 △운영 안정성 △시스템 회복력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에너지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력망 확충과 함께 천연가스와 원전 등 다양한 발전원을 활용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재생에너지·원전·LNG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합으로 에너지 안보·가격 안정·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현실적인 해법은 에너지 믹스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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