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경제지표 흔들기 시작

2025-07-17 13:00:05 게재

노동시장 둔화·수입물가 상승 조짐 뚜렷 … 미 국채 30년물 금리 5% 재돌파

1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 근절법(HALT Fentanyl Act)’에 서명하는 날, 펜타닐이 섞인 약물을 복용한 뒤 아들을 잃은 여성 앤 펀드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껴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그간 체감되지 않던 정책 효과가 주요 경제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흔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하며 대체로 시장 예상치와 부합했다. 그러나 수입 가구, 의류 등 일부 품목에서는 가격이 뚜렷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UBS는 자동차를 제외한 핵심 상품 가격이 최근 3년간 가장 빠른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서치회사 인플레이션 인사이츠(Inflation Insights)의 오마이르 샤리프는 “오늘 발표된 보고서는 관세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도 심상치 않다. 철강, 알루미늄 등 기업 생산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재들의 가격이 상승 중이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수입 구리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주택, 반도체 생산 등 각종 건설 비용이 오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불법 이민 단속 강화의 여파로 노동시장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불법 체류자 노동력에 의존하던 산업군에서는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외국 출신 노동자의 비중도 뚜렷하게 줄었다.

노동부 가계조사에 참여하는 이민자 수 역시 감소하면서, 통계의 정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6일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다시 5%를 돌파했다. 이는 최근 일본 장기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글로벌 금리 상승 흐름과 함께, 미국 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현재 평균 20.6%의 실질 관세율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1910년 이후 최고치다.

연구소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가계당 연간 약 2800달러에 달하는 실질 소득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공화당이 최근 통과시킨 대규모 감세·지출 삭감 법안은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등을 통해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택스재단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앨런 콜은 “비효율적인 정책이 있더라도 경제가 전체적으로는 성과를 유지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 지표는 아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미 대형 은행과 카드사는 저소득층의 지출 둔화 조짐을 목격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고소득층의 소비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JP모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제레미 바넘은 “소비자들의 약세 신호는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소비는 대체로 양호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다소 진정되고 있다. 항공권과 호텔 숙박료는 약세를 보이며, 일부 가계가 여행 등 선택적 지출을 줄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은 이 같은 수요 둔화가 관세발 인플레이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 인하 기조를 재개할 여지도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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